• 최종편집 2024-03-28(목)
 
사진기본크기1.gif▲ 한국 의료진으로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진료 활동을 펼쳤던 김영철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지원팀장이 필리핀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세계 각국 의료진 재난의료지원 모습 감동적"
 
“국가대표 재난의료팀으로 부족...제 모습 갖추기 위해 노력”
 
[인터뷰] 필리핀 현장에 한국 의료진 최초로 진료 시작한 국립중앙의료원 김영철 팀장
 
[현대건강신문] 해가 바뀌었지만 필리핀 타클로반에는 태풍 하이옌이 쓸고 간 생채기가 깊게 파여 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한국은 필리핀에 육해공군의 합동 부대를 파견해 태풍 피해 복구를 돕기 시작했다.
 
<현대건강신문>은 한국 의료진으로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진료 활동을 펼쳤던 김영철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지원팀장을 만나 타클로반의 상황과 한국 의료진이 현지에서 펼쳤던 의료 지원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철 팀장이 이끄는 의료지원팀은 의사 7명, 간호사 7명, 응급구조사 2명 등 모두 16명으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필리핀 타클로반에 도착해 10일간 수천 명의 현지 주민들을 치료했다.
 
- 필리핀 타클로반에 도착하니 어떤 상황이었나...
 
우리나라의 부산과 같은 필리핀 제2의 도시 타클로반은 태풍 피해로 거의 전 지역이 폐허와 다름없었다.
 
“타클로반에 도착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세인트폴병원에서 진료를 하기로 했다. 이 병원은 사립병원으로 최고 병원으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에서 미리 병원을 청소해 놨다. 이미 필리핀 각지에서 차출된 의료진들이 그곳에서 수술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뒤 현지 의료진이 모두 철수하고, 우리가 병원 운영을 맡게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 지역에 파견된 한국 의료진은 16명으로 세인트폴병원을 전체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외교부와 지원팀장인 나는 필리핀 의료진이 계속 진료를 할 것을 요구했고 필리핀 보건부 차관과 논의한 끝에 우리가 가지고 간 발전기, 1200리터 연료, 의료장비 등 대부분을 남겨두는 조건으로 필리핀 의료진이 남아 수술을 하기로 했다. 지원팀은 응급실을 맡고 수술과 분만은 필리핀 의료진이 맡기로 역할 분담을 했다.
 
우리도 진료를 위해 물이 필요하고 현지인들도 물이 필요한 상황에 발전기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타클로반 지하에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가 있었지만 발전기가 없어 식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응급상황에서 발전기와 발전기를 돌릴 연료는 필수품으로 한국팀이 가져온 발전기로 물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진기본크기1.gif▲ 태풍피해로 여기저기 외상을 입은 환자들이 주를 이뤘다. 야자수에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 슬레이트 지붕에 맞은 환자 등 바람에 날리는 것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었다. 총상을 입은 여성도 있었다. (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 현지 진료를 진행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나...
 
"진료를 시작하니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환자가 모두 분만 산모였다. 지원팀에서 산부인과 의료진이 없어 필리핀 의료진이 응급실에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태풍피해로 여기저기 외상을 입은 환자들이 주를 이뤘다. 야자수에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 슬레이트 지붕에 맞은 환자 등 바람에 날리는 것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었다. 총상을 입은 여성도 있었다.
 
첫날에 170여명을 진료했는데 매일 1백여 명씩 환자가 늘어 540명까지 갔다. 다른 병원에서 이곳으로 환자를 보낼 정도였다. 한국에서 가져간 수술세트가 하루에 20개 이상 나간 날도 있었다 각국에서 지원팀이 오면서 스페인, 한국이 3차병원을 맡고 다른 나라 의료진은 현장 진료를 진행했다.
 
태풍 이후 지역이 안정되면서 산모, 소아와 응급 환자만 치료하고 나머지 환자는 로컬 병원으로 보내면서 환자수가 2백 명으로 줄어들었다. 무상진료센터들을 돌며 약품을 쇼핑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지인을 통해 들어보니 약품을 모아 판다고 했다"
 
- 타클로반을 떠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필리핀 보건부 차관이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국 지원팀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한국 지원팀은 호주, 스페인 팀에 비해서 규모가 비교가 안됐다. 하지만 한국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모습에 현지인들이 감동한 것 같았다.
 
떠나기 전날 밤 현지 의사 2명이 몇 시간 거리에서 바베큐 2마리를 구해서 지원팀과 함께 먹자고 했다. 나중에 2마리 가격이 현지인 두 달치 월급과 맞먹는다고 들었다. 현지인들이 고마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국격에 맞는 재난의료 지원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태극기를 달고 가도 부끄럽지 않을 지원팀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와 스페인팀은 WHO 기준으로 팀을 구성했다. 호주팀은 의료진을 비롯해 발전설비 기술자, 정수기술자, 경호팀 등으로 이뤄져 재난지역에 투입 시 독립적인 지원이 가능했다.
 
특히 호주팀은 이라크 파견팀이라고 했다. 호주지원팀 팀장은 WHO에 재난의료 가이드라인을 제안한 사람이었다. 일본팀도 규모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세계 각국의 지원팀들이 혼신의 진료를 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김영철 팀장과 인터뷰를 하는 자리 옆에는 두꺼운 책들이 있었다. 김 팀장은 "재난지원팀이 구비해야할 목록이 들어간 해외 매뉴얼"이라며 "귀국 이후 일본과 컨퍼런스를 계획하는 등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재난지원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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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간 타클로반서 인류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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