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05(화)
 
“저개발국 환자들의 권리보호 침해하는 전례 없는 프로그램” 맹비난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저개발국가들의 C형 간염 환자들에게 저가약을 살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 오히려 환자의 개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6일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리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인도 복제약 회사들 간의 회의에 앞서, C형 간염 치료제의 공급을 저해하는 길리어드 사의 프로그램을 거절할 것을 인도 복제약 회사들에게 촉구했다.

길리어드는 자사의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를 저개발 국가들의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인도의 복제약 회사들을 통해 약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문제로 삼는 것은 바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환자는 주민등록증과 거주지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길리어드의 이 같은 요구는 선진국이나 중소득국가에 이 저가약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소발디는 1알에 1000달러(한화 약 110만원)에 판매되며, 이 약으로 3개월 치료를 마치려면 총 84000달러(한화 약 9400만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환 방지 프로그램을 통해 소발디를 구매하려는 환자가 난민이나 이주민, 소외계층 등 증명 서류가 없을 경우 부적격자로 처리돼 약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서류를 소지하지 않은 이주민, 난민, 소외계층은 C형 간염에 특히 취약한 계층”이라며 “길리어드의 프로그램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환자 개인정보 기밀 유지 원칙을 침해할 수 있을 만큼의 고도로 통제된 배급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환 방지 프로그램에 따르면, 주민등록증이나 거주지 증명서는 물론, 다 사용한 빈 약통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에도 더 이상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제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겹겹이 제약 조건과 요구사항을 부과하는 이 논란의 프로그램은 오직 길리어드의 이윤을 보호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며 “국경없는의사회가 알고 있는 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사무총장 마니카 발라세가람 박사는 “길리어드의 전환 방지 프로그램처럼 제약회사가 환자의 개인정보 기밀 유지 의무를 어기고, 환자 치료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국경없는의사회는 길리어드와 계약을 앞둔 모든 인도 복제약 제조사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많은 길리어드의 전환 방지 프로그램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용납할 수 없는 기업 정책에 굴복하여 개인 정보가 침해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치료제가 절실하게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이 약을 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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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길리어드 전환 방지 프로그램, 환자 치료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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