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세로확장_사진.gif▲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CRE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다제내성균”이라며 “지금 상태에서 2~3년만 흘러가면 대규모 감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및 유행은 치료법이 없는 ‘신종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 대응에 효과적인 새 항생제 도입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도입이 늦어 쓸 약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난 1년간 국내 항생제 내성 감시 결과 이시토박터균의 경우 73.4%가 카바페넴 내성으로 가장 심각했다. 아시네박터바우마니균은 인공호흡기 장착 중환자실 환자에서 감염을 잘 일으키는 세균이며, 카바페넴은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 감염증 치료의 마지막 보루다. 이 항생제에 내성인 세균의 확산은 항생제 선택을 매우 어렵게 하며, 임상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처럼 카바페넴 사용 증가가 지속되면서 카바페넴 내성균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3일부터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를 제 3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 감시했다. 그 결과 2012년 1,000건 신고 된 이후  매년 증가하더니 지난해 1년 동안 3,770건, 올해 6월 이후 전수 감시체제로 변경된 이후에는 3달 동안 2,607건이나 신고 되었다

CRE, 현재 중환자실에서 가장 문제 되고 있는 다제내성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CRE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다제내성균”이라며 “지금 상태에서 2~3년만 흘러가면 대규모 감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바페넴 내성 문제가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선택 가능한 항생제의 범위가 제한되고 CRE의 경우 50%에 달하는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항생제 내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개발과 사용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항생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항생제 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감염질환인증제품으로 지정되면 FDA신속 허가 및 5년간의 추가 시장독점권을 부여받는다.

항생제 내성균 치료제 사라져....국민 건강 위협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도입은 매우 뒤쳐져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식약처에 새롭게 허가 받은 항생제는 국내사와 외자사의 신약을 포함해 5종에 불과하며, 이 중 시판되는 항생제는 타이제사이클린, 도리페넴, 자보플록사신 등 3종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10년 전부터 감염내과나 순환기내과에서 판막 수술 후 감염됐을 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판막수술 후 감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효과가 좋은 약이 ‘큐비신’인데 10년째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 외 의원, 요양병원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고, 내성균 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 및 지역사회로 이동하면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재갑 교수는 “의료 접근권이 떨어지는 지방권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약이 들어와도 문제다. 비급여일 경우 약을 꼭 써야 하는데 하루에 항생제 값만 90만원이면(보통 10~18일 정도 쓴다) 약가 부담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며 “약가는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대신 정부가 급여화 시켜 환자들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생제 신약 의료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장기 로드맵 필요
 
문제는 현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새 항생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항생제 신약에 대한 적정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항생제 내성균 대응에 효과적인 새 항생제가 개발되어도 우리나라에서 출시를 기피한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급여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약제들의 가중 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출시된 모든 계열의 항생제와 그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낮을 수밖에 없고, 현행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 시험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의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가 가진 내성 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또 비급여로 출시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신약들도 한국에서 건강보험 약가가 낮게 책정될 경우 수익성이 낮고 다른 국가에서 약가 책정 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도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재갑 교수는 “항생제를 잘 사용하기 위한 제도 개혁과 항생제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펀딩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항생제 내성균 관리를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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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보다 무서운 '항생제 내성균'...쓸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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