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신약개발은 막대한 연구개발 시간과 비용을 발생시키는 특수성이 있는 영역으로 특허권에 대해 특히 엄격하게 보호되는 분야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전염병에 대비한 의약품 비축량이 부족하고 의약품 제조기술이나 생산설비도 미흡하여 전염병이 커다란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제사회는 비상시에 국가가 공중보건을 목적으로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의약품을 강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TRIPs(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 제31조에 강제실시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31조의 2를 신설해 제3국이 위급 상황의 국가에게 의약품을 수출ㆍ공급하려는 경우에도 특허의약품을 강제로 실시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을 합의했다.


강제실시란 특허권자가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할 의지가 없는 경우, 산업정책적 공익적 견지에서 특허권자 이외의 자에게 특허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에 인도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2월 11일 현재까지 300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확진 환자도 9,000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어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신종 인플루엔자, 에볼라, 메르스 등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대응이 미흡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약 제조방법,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등에 대해서 강제실시권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지만, 인정되지는 않았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의약품 강제실시에 관한 국제규범의 연혁과 최근 동향, 각국의 입법례와 사례 등을 분석해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을 검토한 ‘TRIPs 강제실시권 조항 개정의 전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TRIPs 개정에 따라 개발도상국에게 특허의약품을 수출ㆍ공급하기 위한 강제실시의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나, 향후 개도국과의 FTA 등 통상협상 진행과정에서 강제실시권의 발동 요건과 범위 등에 관해 입장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이헌희 박사는 “의약품 자체 조달 능력이 없는 개도국이 우리나라에 의약품 생산을 요청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우리나라는 특허법 제107조에서 강제실시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실시권 발동의 세부절차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이어 그는 "제약산업의 특성이 고려되고 특허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인간의 건강권과 생명권이라는 공익적 측면은 항상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제약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특허권자의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인간의 건강권이라는 공익적 측면은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권택민 원장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 과정을 고려하여 의약품 특허권자의 재산권 보호와 인간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양자의 균형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제실시권을 확대하려는 개발도상국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 수준을 고려해 무역협상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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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강제실시’, 국내 제약산업 고려한 세부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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