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연속 혈당측정 시스템’을 통해 측정된 평균 혈당값 등 15개 항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이하 DB)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환자단체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5일 성명을 통해 건보공단의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혈당정보 DB 구축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연속 혈당측정 시스템(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s)'을 통해 측정된 평균 혈당값·저혈당과 고혈당 시간비율·혈당변동폭 등 15개 항목에 대한 'DB'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환연은 “혈당값 등은 민감한 건강정보다. 환자들은 자신의 민감한 건강정보를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며 “키나 몸무게 등 간단한 신체측정지수는 물론 혈당값 등이나 혈압·심박수 등 민감한 건강정보를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건보공단이 건강정보의 제공을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환연은 “혈당값 등의 민감한 건강정보의 DB화는 과다하고 불필요한 정보의 수집”이라며 “건보공단은 혈당값 등의 DB 구축이 부정 수급을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기존의 총 사용량 추적 및 중복 처방 관리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감한 건강정보의 유출이나 재가공을 통한 판매 등 악용될 위험이 큰 정보들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연속혈당측정기는 보안에 취약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연은 “건보공단은 제조업체의 서버를 통해 혈당정보를 제공받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부정수급 관리 이외에 연구 등 공공목적을 위한 활용을 감안한다면 민감한 건강정보의 관리 책임을 제조업체에 일방적으로 위임하고 그 결과 값만 제공받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공 서버나 클라우드·포털 등 안전한 플랫폼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민감한 건강정보에 대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도 불분명하게 수집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환연은 “앞으로 인체에 부착하거나 삽입하여 신체지수 혹은 신체징후를 측정하는 의료기기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연속혈당측정기가 그 시초 혹은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초기의 시행착오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혈당정보 DB를 구축할 때가 아니라 환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런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에 힘쓸 때”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연속 혈당측정 시스템은 측정기 및 센서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지금까지의 의료기기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환연은 “제조회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인정하고 표준화하는 지금의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나 제조회사의 클라우드가 멈출 경우 측정 자체가 안 되거나 측정값이 제조회사로 전송되지 않으면 환자는 혈당정보마저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으면 정보수집이 금지되는 옵트아웃(opt-out) 권리도 보장되지 않은 것과, 여러 모바일 디바이스와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환연은 “의료기기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전성과 범용성·보안성 등 표준이 되는 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측정된 건강정보의 관리 및 보관·폐기까지 제조회사에게만 그 책임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고, 건강정보의 안전한 활용과 관리를 위해 공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