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난 5월 부산시 영도구 소재 정형외과 의원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시킨 후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것이 일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병원·상급종합병원·국립중앙의료원·군병원 등에서도 암암리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술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증폭됐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8일 환자단체연합은 ‘릴레이 1인시위 100일째를 수술실 환자 안전과 인권을 위한 cctv 설치 법제화 촉구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 유족 환자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모두 공범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해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비싼 의사 대신 무자격자인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의사는 벌금형 등 가벼운 형사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무자격자 대리수술이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환자단체연합은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실에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일명, 권대희법)을 촉발시킨 (故)권대희 사망사건에서 유족이 수술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면 의사들이 수술실을 비우고 수술실에 간호조무사만 혼자 남겨져 지혈을 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또 수술실에서 혼자 한 손으로 지혈하던 간호조무사가 다른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눈썹 화장까지 고친 사실과, 과다 출혈 상태에서 혈액이 수술실에 도착했는데도 긴급 수혈을 하지 않고 다른 대학병원에 전원시킨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과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라며 “이를 근절하려면 경찰·검찰과 법원의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법상 의료인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교사했더라도 1년 이내의 의료인 면허 자격 정지만 가능하고, 이 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의사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에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교사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고 3년 또는 10년 동안 재교부 받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환자단체연합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했거나 교사한 의료인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해당 의료인의 인적사항과 위반 사실 및 행정처분의 내용을 공개하는 행정처분 정보 공개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이 또한 국회의 신속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환자단체의 수술실 CCTV 설치법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다시한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