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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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미국에서 전자담배 흡연과 관련된 폐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13명으로 늘었고, 환자 수도 일주일 만에 수백 명이 늘어나는 등 피해 사례 보고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 미비로 성분 분석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일, 정부 부처간 영역이 다른 관련법 미비로 시중에 화학물질로 분류된 전자담배가 유통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의 규정 미비로 인해 시중에 유통 중인 상당수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사업법 상 담배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며, 정부는 이들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분석을 단 한건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담배의 정의를 넓히고 유해성분을 파악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기재위와 법사위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 의원에 따르면, 현행 법령상 담배의 제조·판매·유통은 담배사업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금연정책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획재정부 및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첨단분석팀’을 통해 담배 유해성분 분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담배 유해성분 파악하기 위한 법안 국회서 오랫동안 방치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전자담배에 사용하려는 용도로 등록, 신고한 물질은 19개 업체 71종이며, 이들은 모두 신규화학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들 신규화학물질 중 액상 전자담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고한 신규화학물질은 10개 업체 62종이며, 이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19개 업체 중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득한 업체는 단 1개 업체 뿐이다.


또한 기 의원이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중 유통 중인 전자담배 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담겨 있는지 파악할 수 없으며, 이들 전자담배의 유해성 또한 검사한 사실이 없었다.


기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출자료를 통해 화평법에 따른 등록 또는 신고는 제조, 수입하려는 화학물질의 용도 및 유해성 등을 관리하는 제도로서, “물질 단위”로 등록, 신고를 하고 있으며, “제품 단위”의 등록, 신고는 하고 있지 않아 제품별 구성 물질의 등록, 신고 여부는 파악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식약처는 제출자료를 통해 최근 5년 동안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 등을 수행한 바 없다고 밝혔고,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중 다수의 제품이 담뱃잎이 아닌 담배 줄기, 뿌리 추출 니코틴 또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하여 담배사업법 상 담배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제출자료를 통해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제조한 것으로, 줄기 또는 뿌리니코틴, 합성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해당되지 않아 규제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 전자담배는 ‘담배’ 아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기 의원은 “문제는 현행 담배사업법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의 정의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상당수는 담배 줄기, 또는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담배사업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담배 제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및 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세금을 내지 않고, 편의점이나 전자담배판매전문점 등에서 담배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이들 제품은 담배경고문구를 부착할 의무가 없으나, 오히려 담배로 보이기 위해서 일부 제품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흡연 경고문구를 부착한 사례도 발견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을 금연구역에서 사용해도 현행 법령상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기 의원은 “환경부와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비교, 분석하기 위해 환경부에 전자담배용 화학물질 수입업체 명단을 자료 요구했으나 환경부는 기업 관련 사안이라면서 업체명 공개를 거부했다”며 “이 때문에 국내에 몇 개 업체의 몇 가지 물질이 담배사업법에 포함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법상 담배성분의 분석을 강제하는 법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 건강 안전 위해 법안 통과 시급, 국회 각성 필요


기 의원은 “기획재정부, 복지부의 법망을 피해간 전자담배 제품은 시중에 30~40개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외 직구 등을 통한 전자담배 구입 사례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전자담배가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니코틴을 1% 이하로 함유한 전자담배의 경우 환경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회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방조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담배의 정의에 니코틴 용액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2016년 10월 31일 발의됐으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같은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포함한 23건의 개정안 중 단 한건의 담배사업법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다.


또 지난 2018년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담배성분 분석 및 공개를 주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통과시키고, 법사위로 이관. 그러나 이후 법사위 2소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법안 논란의 핵심은 주무부처로 복지부는 “기재부 입장이 강경하고, 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담배성분 제출 및 공개 관련 규제를 담배사업법에 포함시키는 안으로 선회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통과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기 의원은 “미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법령 미비, 국회의 비협조로 위해성 분석은커녕 통계자료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실정”이라며 “조속한 법안 통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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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미국선 수십명 사망, 국내선 성분 분석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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