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요양보호사 이건복 “요양보호사 바뀌지만 성희롱 계속돼”
재가요양보호사 최경복 “수급자 아들에게 성폭력 당했지만 일 끊어져”
“상습 성희롱 수급자에 요양보호사 2인 배치 필요”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불법 위법 난무하는 현장 외면”
“고객 응대시 발생하는 위험 상황 대책으로 ‘작업중지권 보장’해야”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요양보험)이 시행된 지 11년이 되었지만, 요양보험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열악한 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등 관련 기관들의 무관심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터인가? 전쟁인가?’를 주제로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사례1. 매일 성관계를 하자고 해 죽도록 괴로웠다. 직장을 그만두면 애들과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어르신을 설득하다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 기관에 애기했지만 도외주지 않아 건보공단에 얘기했더니 바로 나와서 조치를 취해주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이 집 일을 그만둬야 했다
#사례2.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가 11년째 성희롱을 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바뀌지만 성희롱이 이어지는 끔찍한 상황이다.
#사례3. 요양보호서비스 이용자 아들에게 성폭력을 당했지만 결국 성폭력 피해자인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센터장은 군 단위라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가요양보호사의 근로 환경 문제를 증언한 의료연대본부 재가요양지부 이건복씨와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충남지사 최경복씨는 △요양보호 중 발생하는 문제 예방을 위해 2인 배치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 개선 △요양보호사의 업무 범위 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료연대본부 재가요양지부 이건복씨의 증언이다.
먼저, 재가요양지부 조합원의 현장 고충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1. 누워지내는 노인인데, 아내가 화장실 가 있는 동안 옆에 누우라고 팔을 툭툭 친다.
#사례2. 85살 남자 치매 노인이다. 부인이 옆에 있어도 계속 나에게 뽀뽀하자고 하고 만지려고 한다. 무릎 안마를 해주면 허벅지까지 하라고 하고 부인에게 말했더니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들에게 말하니 치매니까 할 수 없다고 한다. 센터사무실에서 ‘그 노인이 젊었을 때부터 바람을 많이 피웠다. 이해하라’고 했다. 결국 2달 정도 하다가 그 집을 그만뒀다.
#사례3. 일하다 인기척이 있어 문득 돌아보면 바로 옆에 보호자의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란다. 음식을 하는 것을 보고 배운다면 몸을 붙인다. 자칫하면 얼굴이 닿을 만큼 거리다.
#사례4. 처음 갈 때부터 반갑다며 포옹을 하다, 날이 갈수록 신체접촉의 도가 지나쳤다. 내가 거부하자 ‘예뻐서 그런다. 나랑 같이 살자’며 접촉을 시도했다. 센터에 상황을 설명하고 이용자 교체를 요구했더니 센터는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냐’며 나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이일로 일자리에서 해고되었다.
방문요양보호사의 95% 이상이 중장년 여성이다. 하루 2~3시간 일하는 비정규직으로 한 센터에서 1년 이상 근속하는 비율이 20~30%가 안된다.
이용자들은 당장 집 안에 들어서면 ‘야’ ‘너’ ‘네까짓게’ 등 반말을 많이 한다. 남의 집에서 밥해주고 빨래하고 노인 기저귀 치우는 사람으로 생각해, 직업 자긍심을 갖기 어렵다.
한 집에 가면 2~3시간 일하는데, 이용자와 둘이 있을 때가 많다. 성폭력이 일어나면 말려줄 사람이 없다. 이 문제를 10년 전부터 제기해왔는데 아무것도 해결이 안됐다.
어려운 것은 성희롱을 당했을 때, 그 이용자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잠을 잘 수 없다. 가족에게도 말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먹고 살 일이라 그 눈빛을 참고 성희롱을 당하고도 가야한다. 그게 싫으면 포기해야 한다. 50~60대 여성 요양보호사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데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센터에 이 사실을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영세한 재가요양센터는 요양보호사는 버려도 이용자는 못 버리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문제를 보호자에게 말해도 불편해 한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요’라고 말하면서 해당 요양보호사의 교체를 요구한다. 결국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이런 사건 이후 성희롱 피해자에게 성희롱 대처 교육이 필요하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나.
요양보호사 고충 사례를 모으면서 지금 공개한 것보다 끔찍한 성폭력이 많았다. 사례 공개를 권유하자 이름이 나오지 않아도 이런 끔찍한 이야기가 기록에 남는 것도 싫다고 했다.
상습적인 성희롱 이용자들에게 2인 배치를 하면 90%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희롱) 이용자들은 건보공단 등 요양보호서비스 결정자가 나서서 지적하면 말을 잘 듣는다.
다음은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충남지부 소속인 최경복씨의 증언이다.
노조에서 교육받으면서 ‘휴일 근로수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센터에 ‘휴일 근로수당’을 요청하니 처음에는 존재 자체를 부인하더니 결국 수당을 줬다. 하지만 이 수당의 존재를 모르는 요양보호사들은 전혀 받지 못했다.
이후 해당 지역 노동청에 휴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안내를 해줄 것을 요청했더니 알아서 하라는 답을 들었다. 센터와 노동청이 서로 이 문제를 떠넘겼다.
한 요양보호사가 수급자 아들에게 성폭력을 당했지만 이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센터는 군 단위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피해자는 가슴앓이만 했다.
수급자 가정의 설거지에, 며느리 밥상 차리기까지 한 요양보호사가 설거지는 며느리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요구하자 다음날 센터에서 그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들었다.
재가요양보호사의 호칭 문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들끼리 있을 때는 서로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부르는데, 센터에 이 호칭대로 부를 것을 요구했지만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이용자도 마찬가지였다.
불법 위법적 행위가 난무하고 있지만 외면하는 관공서가 더 문제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인식과 처우는 너무 열악하다.
이들의 증언을 들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문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갖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김동욱 산업보건과장은 “고객 폭행도 업무 가이드에 담았으면 한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험 업무 정지는, 가이드에 강하게 담아 매뉴얼화하고 작업 거부시에도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오승민 사무관은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은 여성들이 많아 자기 방어가 어렵다”고 공감하면서 “지원받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노동자들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작업중지권 보장’”이라며 “실제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노동자의 작업 중지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