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EMR 아이디로 간호사 ‘불법 대리 처방’도 이뤄져”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격차 심각...서울 3명, 세종시 1명
나순자 위원장 “의사 인력 확충 반대 주장 합리적 근거 없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간호사 등 의료인으로 이뤄진 전국보건의료노조(이하 보건노조)가 의사 부족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공공의료대학 설립 등 의사 확충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건노조는 13일 국회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 공공의과대학 설립 촉구, 불법 의료 근절, 의사인력 확대 촉구’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OECD 최하위 수준으로,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OECD 평균이 3.4명이지만,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고령화로 인해 2030년에는 의사수가 7,600명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대책 시행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결국 의사 인력 부족으로 병의원 진료 현장은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병원들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공백을 일명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보조인력’을 이용해 메우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의사가 해야 할 일을 PA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된 몇몇 대학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있지만 PA가 없으면 병원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도권에 있는 빅5 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에는 수 십명에서 수 백명의 PA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노조는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에도 대다수 대형병원이 PA를 운영하는 이유는 당장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PA뿐 아니라 병원 EMR(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의사의 아이디로 간호사가 대리 처방하는 불법의료도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의 의사 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 1천 명 당 서울의 의사가 3명이고 행정수도인 세종시는 채 1명도 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보수와 주거 환경이 서울 등 수도권 보다 떨어지는 지방으로 내려가려고 하지 않고 있다.
나 위원장은 “지방병원의 의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라며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경우 서울에 비해 2배가 넘는 임금을 줘도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병원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한계에 왔고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건노조는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료사고 △환자안전 위협 △과소 파행 진료 △의료공백 발생 △필수의료서비스 제공 차질 △의료인 과로사 △높은 이직률 △불법의료 횡행 등 폐해가 고스란히 환자와 보건의료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의사 인력 확충에 반대하는 그 어떤 주장에도 합리적 근거와 정당성은 찾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의사 인력 확충 없이는 진료 정상화도, 의료 공공성 확보도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보건의인력지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양성이 국가 의무책임으로 규정됐다.
국회에도 의료 인력을 늘리는 첫 걸음이 될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공공의료대학) 설립 관련법이 계류 중이다.
나 위원장은 “공공의료대학 설립안은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배정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직종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공공의료대학 설립법이 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한 나 위원장은 “심의를 거치고 설계 예산까지 통과된 마당에 명확한 이유 없이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라며 “당장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 법을 심의해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국회에서 공공의료대학법 통과를 미룰 경우, 이 법안을 막고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