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혈전증과 뇌색전증, 신경인지장애 무관 전세계 최초 입증
서울아산병원 박덕우‧박승정 교수팀, ‘서큘레이션’ 게재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하 타비 시술)은 가슴을 여는 수술을 대신해 고령이거나 중증인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얻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타비 시술 후에는 기존 판막을 대체하기 위해 삽입한 인공판막 주변에 혈전증이 10~30%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판막의 혈전이 혈류를 따라 뇌로 이동할 경우 뇌색전증이나 뇌신경 및 인지기능 장애 등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타비 시술 후에는 적절한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항응고제요법이 이중항혈소판요법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제시됐지만 관찰 연구로 아직까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 교수팀은 한국, 홍콩, 대만에서 타비 시술을 받은 229명을 대상으로 항응고제인 에독사반과 이중항혈소판제(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복용 군을 무작위 배정해 다기관 국제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항응고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9.8%로 이중항혈소판제 군의 18.4% 보다 낮았지만, 뇌색전증과 뇌신경 및 신경인지기능 장애 발생률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인 미국심장학회의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임상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채택되었으며,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학회에서 연구 책임자인 박덕우 교수가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심장 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서큘레이션’ 최신호에 게재되어 전 세계 심장 전문의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동맥판막이 딱딱하고 좁아지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를 위한 타비 시술 후에는 판막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와 같은 항혈전제를 복용한다. 항응고제는 항혈소판제에 비해 혈전 예방 효과가 크지만 출혈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고령이거나 부정맥을 동반하는 등 혈전증에 따른 위험성이 큰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 교수팀은 기존 관찰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판막혈전증과 뇌색전증과의 연관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항응고제와 이중항혈소판제의 효과를 비교하는 무작위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한국, 홍콩, 대만 총 5개 의료기관에서 타비 시술을 받은 229명에게 항응고제인 에독사반(111명)와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의 이중항혈소판제(118명) 복용 군을 무작위 배정하고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80세였으며, 여성이 58%였다.
6개월 후 심장 CT를 시행한 결과, 항응고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9.8%였으며, 항혈소판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18.4%였다. 타비 시술 후 항응고제요법이 이중항혈소판요법보다 판막혈전증 예방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비 시술 1주일 이내와 6개월 후 두 차례에 걸쳐 MRI와 신경학적 인지기능검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는 항응고제 군과 항혈소판제 군의 뇌색전증이나 뇌신경 및 인지기능 장애 발생률에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비 시술 후 판막혈전증 발생과 뇌색전증 및 뇌기능 장애와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증명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타비 시술 후 판막혈전증 발생과 뇌색전증 발생의 무관함을 입증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판막혈전증이 뇌색전증을 유발한다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CT상 확인되는 판막혈전증은 영상의학적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상이한 임상적 상태와 안정성, 유효성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항혈전제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