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3(일)
 

의약품 분야,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산업 진흥 두가지 측면 모두 고려해야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GCV 변동 조기 파악해 대처해야

 

이주하 연구원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생산역량 강화 필요”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최근 제약산업 분야의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GVC란 제품 이나 서비스의 개발, 원료 조달, 중간재 생산과 제조, 공급과 유통 및 판매 등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최근 국내에서 요소수, 반도체 및 자동차 등의 GVC 문제가 크게 불거졌지만, 의약품 분야에서도 GVC가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자재 조달부터 완성품 수출까지 GVC의 각 단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제약산업 분야의 GVC 문제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정치, 경제안보, 기술패권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에서는 정기 발간하는 브리프를 통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제약사업 분야의 GCV 재편 문제에 대해 소개했다.


의약품 GVC의 변동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환경 요인들은 다양하다. 현재 코로나19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유가·고환율, 인플레이션의 위험, 물류비용 상승 등의 거시 경제적 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각국의 공중보건 대응 정책과 안보·통상정책 강화 등이 의약품 분야의 생산, 유통 및 물류 및 교역에 혼란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주하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의료제품의 무역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이하 WTO)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의료제품의 수출입은 전세계 무역의 6.1%를 차지하였으며, 2021년 상반기 전세계 의료제품 수출입 총액은 1,28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코로나19 초창기에 안면 마스크의 무역 증가세에 따라 개인보호용품(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이하 PPE)는 2020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4.4% 성장했으나, 점차 무역량이 감소하여 2021년 상반기 동안 14.4% 감소했다. 


반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에 따라 의약품의 무역이 증가하고 백신 투여에 필수적인 주사기, 알코올 등의 의료용품의 무역량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필수 의료제품의 확보가 중요하지만, 모든 제품을 한 국가내에서자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가들은 자국에서 조달하기어려운 필수 의료제품은 수입을 통해 신속하게 공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에서 부족한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국가들의 통상 조치들은 의약품 무역과 GVC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수출제한이나 촉진, 관세 유예, 인허가 및 검역 관련 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2년 7월 8일 기준 WTO에 통보된 코로나19 관련한 국가들의 통상 조치는 488건에 이르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브라질은 74건, EU 36건, 미국 34건, 필리핀 22건, 대만 21건, 캐나다18건, 한국 17건 순이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 의료제품 확보 및 인허가 등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관련하여 2022년 7월 14일 현재까지 총 17건의 WTO 통보가 있었으며 이에는 ‘코로나19 대응 관련 인간의 건강 보호 및 필수용품 부족에 대비한 한시적 수출금지’, 2021년 7월 13일 ‘코로나19 등과 같이 직접 실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의약품 제조소 비대면 실사 대한 안전성 관리 확보’, ‘의약품 국가출하승인 지정, 절차 및 방법 규제 개정’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세계 산업의 GVC 재편이 진행되면서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제약 기업에서도 원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운송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의약품 GVC 변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현지 생산 지연’ 등이 많으며, ‘국내·외 원료 수급 지연’, ‘물류(항공, 해상 등) 지연 또는 중단’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약품 GVC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개발, 생산, 유통 등의 지역적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원료의약품의 경우 2019년 기준 글로벌 원료의약품 생산에서 아시아가 차지 하는 비중이 약 60.5%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API 생산은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다. 


원료의약품 생산은 다른 의약품 생산에 비해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 노동력 중심의 특성을 갖고 제조시 유해물질 발생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가 많은데 이들 국가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전세계 GVC 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가, 국제기구 또는 기업들은 GVC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다변화(Diversification), 지역(Regionalization)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GVC 재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GVC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으로 이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GVC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주요국의 대응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산업별로 중국 등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중심의 GVC 재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EU는 2021년 2월 18일 ‘신통상정책’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성이 강조된 의약품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해서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비상시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급망 다변화 및 역내 생산강화를 통해 회복탄력성 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현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공급망 강화 사업, ‘GVC 구축을 위한 일본 기업의 공급망 대응촉진을 위한 해외인증, 국제체제 구축 사업’,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고,13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나 부품소재 생산거점의 일본 내 회귀에 관한 보조금 지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해외 수출이 중요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의 해외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세계 GVC 변동 등과 같은 국제적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국가들의 통상 조치나 GVC 변동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 등도 제약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보건 안보의 위협도 GVC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EU 등의 주요국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약품 GVC 관련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의약품 분야에서도 해외 원료의존도가 높거나 GVC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을 조기에 파악해서 큰 피해가 없도록 대처하고 국가별 GVC 재구축 현황이나 의약품 관련 정책 및 제도를 파악하여 맞춤형 수출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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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약품 GCV 위협...대응 방안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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