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총동문회, ‘현대화 사업’ 예산 삭감 규탄
-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처 위해 본원 규모 늘려야”
- “기재부 예산 축소로, 의료취약계층 적정 의료 제공도 힘들어”
- “정부, 예산 삭감 철회하고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 세워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이제 우리에겐 기존 의료기관과 비슷한 또 하나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그동안 없었던 제대로 된 국가 병원이 필요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들과 총동문회 관계자들은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새 병원 사업 축소 결정해 반발해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 중앙병원으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로 신축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등 총 760병상으로 신축 규모를 축소한 예산을 확정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들은 이례적으로 기재부의 결정에 반발해 병원 내에서 서명 운동과 손팻말 시위를 이어갔다.
이후 기재부가 해명 보도자료를 내는 등 후속 대응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변화가 없자,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차원에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국가 중앙 병원으로 기능을 수행할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8년 외국 원조로 지어진 국립중앙의료원은 노후화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몇 년 주기로 발생하는 ‘감염병 대유행’ 시 중증 감염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전문의협의회 이소희 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본원(모병원)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본원에 모병원으로서 고위험 감염병 환자에게서 동반될 수 있는 감염 이외의 질환에 대한 대응능력과 숙련된 의료 인력을 평소에 갖추고 있어야 적시에 적정 진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감염병 위기 등 의료적 재난 상황 시에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제대로 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지방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적정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총 1000병상 이상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 샤리떼병원 음암병상 20개, 모병원 3,001병상 △싱가포르 탄톡생병원 음압병상 330개, 모병원 1,720병상 △홍콩 감염병센터 음압병상 108개, 모병원 1,753병상 등 해외 유명 감염병 병원도 일정 규모 이상의 병상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모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재부에서 축소한 의료원 규모로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적정 진료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새로 짓는 병원마저 병원 규모의 한계로 인해 취약계층에게 적정 진료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의료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의료진과 의료취약계층의 희생을 통해 얻은 교훈은 제대로 된 국가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 조필자 회장도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지원해 만들어진 국립중앙의료원이 건립 이후 지원이 없어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감염병 상황을 겪으며 국가 중앙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원의 존재 문제가 걸려있는 신축 병원 이전 사업을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협의회는 국회 앞 기자회견에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온라인으로 국민들의 지지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