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 전이 위암 5년 암 생존율 6.4%, 치료제 미충족 수요 커
-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 “엔허투, 진행성 위암서 1년 넘는 전체 생존기간 증명”
- ‘엔허투’ 진행성·전이성 위암 치료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HER2 표적 ADC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다. 위암의 경우 암이 국한된 조기 상태에서 진단될 경우 5년 생존율이 97%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국소 진행성 또는 원격 전이 상태에서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각각 62.1%, 6.4%로 매우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
특히 위암은 복잡한 발병기전, 종양 내 이질성, 환자들 사이에서의 이질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표적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한 HER2 표적 항체-약물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인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이 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큰 주목을 받은 ADC는 항체-약물결합체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항체를 링커로 연결하여 특정한 표적을 발현하는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약제로, 표적이 발현되는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여 강력한 항암효과를 나타낼 뿐 아니라 전신 독성은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다이이찌산쿄주식회사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주식회사는 2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진행성·전이성 위암의 치료 환경을 개선한 ‘엔허투’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위암분과 위원장) 라선영 교수가 참석해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의 치료제 개발 현황 및 10여 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HER2 표적치료제 엔허투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위암의 경우 진행돼 수술할 수 없거나 위 주변 림프절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의 림프절까지 전이가 된 경우 국소적 치료 방법인 수술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이 경우에는 온몸에 퍼진 암세포들에 두루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전신적인 치료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다른 암종에 비해 위암에서 임상적인 유용성을 증명하고 승인 받은 표적치료제는 소수에 불과하다.
라선영 교수는 “위암에서 다양한 표적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 성과는 임상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라며 “아무리 심각한 병이라도 약이 있고 잘이 잘 들으면 좋아지는데 약이 안 듣기 시작하면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이성 위암에서는 지난 2010년 트라스투주맙이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이후, 다른 HER2 표적 제제의 연구들은 위암에서 임상적 유의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라 교수는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은 전체 위암 환자 중 약 12~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치료 환경 속에서 엔허투가 3차 치료제로 허가된 것은 그간 위암 치료 형태에 대한 큰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엔허투는 이전에 2회 이상의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연구인 DESTINY-Gastric01 에서, 엔허투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51%로 의사가 선택한 화학요법군(이하 대조군) 14%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또한 엔허투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2.5개월로, 대조군의 8.4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다. 그 외,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에서도 개선을 보여줬다.
라 교수는 "엔허투는 트라스트주맙 치료 후 진행된 위암에서, 1년이 넘는 전체 생존기간을 증명한 최초이자 유일한 HER2 표적치료제”라며,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를 포함한 ADC 기전을 바탕으로 DESTINY-Gastric 01 연구를 통해 전이성∙진행성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의 오랜 기간의 미충족 의료적 요구를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무리 좋은 약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라 교수는 “3차 이상의 치료를 받는 HER2 양성 위암 환자의 경우, 환자 수가 희귀암과 다름없을 정도로 소수다. 2차 때 이미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2차부터 허가를 받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2차, 1차 연구도 하고 있는데 일단은 3차부터 허가를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하루빨리 급여가 적용되어 국내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