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약 80%,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 강북삼성병원 김은실 교수 “코로나19로 생활습관 변화 영향 커”
- 질병관리청 “비만 예방관리, 만성질환 예방 시작점”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최근 10년간 중고등학생의 비만 유병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여러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만큼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올해 캠페인의 주제인 ‘관점 전환: 비만에 대해 얘기해요’를 소개하고, 비만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세계 비만의 날(World Obesity Day)은 세계비만연맹에서 비만이 질병임을 알리고 예방과 관리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는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강력한 위험요인이자 코로나19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자 성인 비만 유병률은 27% 내외로 매년 유사 수준이나, 남자는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남학생, 여학생 모두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였다. 남학생은 2021년 유병률이 17.5%로 2011년 6.8% 대비 2.6배 증가하였고, 여학생은 유병률이 9.1%로 2011년 4.2% 대비 2.2배 증가했다.
교육부의 ‘2021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 1,023개교 97,78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중고교 학생 중 30.8%인 10명 중 3명이 과체중 및 비만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2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5%가량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실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과체중 및 비만이 급증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생활 습관과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활동의 감소와 함께 좌식 생활 및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증가했으며, 식습관 측면에서도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와 배달 음식 섭취가 크게 늘었다.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무너지면서 건강한 식품 섭취가 감소하게 되는 이른바 비만의 위험도가 높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실 교수,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김미진 교수 연구팀이 사이어스 리포트(Scientific Reports)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소아·청소년의 △체질량지수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간기능수치가 전체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비알콜성지방간을 진단받았던 환자들은 당뇨병의 지표인 당화혈색소가 5.6%에서 6.9%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요한 점은 소아·청소년 비만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도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며,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알콜성 지방간,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이 40~60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김은실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 간접적인 영향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많이 증가했는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간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이미 학교 건강 검진 상 소아·청소년 과체중 및 비만으로 확인된 경우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방문하여 관련된 동반 질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받고 이에 대하여 예방 및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비만연맹은 '세계 비만의 날'을 계기로, 비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관점을 전환하는 유일한 방법이 ‘소통’이므로, 정책 입안자, 전문가, 일반 대중 간의 대화 등 모든 소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비만은 질병으로, 비난의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유전, 수면, 질병, 정신건강, 영양, 약물, 임신, 마케팅, 의료이용 여건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원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만의 예방관리를 위해 사회적 지지와 건강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경험을 공유하면서 전 세계적인 연대를 촉구했다.
질병관리청 최홍석 만성질환관리국장은 “비만은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비만에 대한 예방관리는 만성질환 예방의 시작점”이라며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부터 비만 유병률 증가를 멈춰세울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