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 세계 식량 작물 75% 이상 벌·나비·새 같은 동물 수분 의존
  • 서울환경연합 “벌 위협하는 치명적 농약 사용을 중단해야”
  • 미국·유럽,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원인, 살충제 사용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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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은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꿀벌의 집단폐사가 양봉산업과 농업경제에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피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작년에 이어 꿀벌이 다시 대규모로 사라졌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양봉농가에서 키우던 꿀벌 중 56.3%, 약 208억 마리가 자취를 감추거나 폐사했다. 가장 먼저 양봉농가의 피해가 가장 컸고,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했던 과수농가와 종묘회사까지 연이어 피해를 입었다.


꿀벌이 줄어든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와 집약적 농업으로 먹이원 식물의 감소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을 주요 원인으로 밝혀 살충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꿀벌을 사라지게 한 요인은 꿀벌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곤충 개체수가 25%가량 감소하였고, 꿀벌뿐만 아니라 꽃가루를 옮겨주는 야생벌 등 꽃가루 매개자 곤충들이 대거 줄어들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20년간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에서 야생벌이 90% 이상 줄어들었다.


세계 야생식물 종의 90%, 세계 식량 작물의 75% 이상은 벌과 나비, 새들과 같은 동물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벌은 수분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벌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브 굴슨은 “꿀벌이 30%, 야생벌이 70%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하고 있어, 야생벌이 멸종하면 더 큰 생태계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꿀벌은 양봉농가가 벌통에서 집단으로 키우고 관리하지만, 야생벌은 땅을 파서 알을 낳거나 토양 표면 근처나 땅 위의 속이 빈 식물 줄기에 둥지를 만들고 단독 생활하는 종류도 많다.


유엔은 2017년 총회에서 꽃가루 매개자의 중요성과 그들이 직면한 위협과 지속가능한 발전 기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꿀벌의 집단폐사가 양봉산업과 농업경제에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피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기생충 응애를 제때 방제하지 못한 농민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해 서울의 공원, 가로수, 궁궐 등 공공녹지 공간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포함한 고독성 농약을 남용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무농약 공원’ 정책을 도입하여 농약 사용 제한과 관리·감독을 위한 정책 대응 등을 촉구하였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는 자치구에서 대거 도입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이 포함된 농약 제품이 작물보호제(농약) 지침서상 꿀벌 독성이 없다고 해명했다”며 “이는 전환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농약독성 안전 규제의 문턱이 낮은 정부의 기준을 방패삼아 외면하고 있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을 꽃이 완전히 질 때까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작물보호제 지침서에 ‘나무주사 방식으로 사용이 제한되기에 꿀벌에 안전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서울시는 꿀벌독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나무주사가 지상살포보다 꿀벌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나무줄기에 투입한 이 농약은 침투이행성이 강해 꽃가루까지 농약성분이 잔류하기에 꿀벌에게 위험하다”며 “신속한 살충효과를 지녀 흡즙성 곤충 및 섭식성 곤충까지 동시 방제가 가능한 살충제여서, 나무에 서식하는 다양한 곤충들의 먹이사슬을 파괴하여 생태계에 위협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나무재선충을 예방하기 위해 생태독성(어독성) Ⅰ급에 해당하는 아바맥틴을 산림청이 지정한 약제라며 나무주사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나무주사를 놓은 소나무의 솔잎 채취가 2년간 금지되는 것은 곤충을 죽이는 잔류농약이 사람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인데, 사람에게도 위험한 나무주사 농약이 꿀벌과 야생벌에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은 “서울시는 벌을 위협하는 치명적 농약 사용을 중단하고 꿀벌과 야생벌 보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벌 보호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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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사라지면 식량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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