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약 “지정기준 및 지정해제 사유 불분명한 국가필수약 목록 재정비 이대론 안돼”
- 유산유도제는 왜 부합하지 않은지, 다수의 HIV치료제 지정해제 검토 이유 밝혀야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필수의약품목록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이 재정비의 목적과 기준이 불분명하다며 11월 내 결정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건약은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 목록 재정비 사업에 제시되었어야 할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에 대한 기준 및 지정해제 검토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관련 기준이 있다면 시민사회가 수차례 요구했던 유산유도제는 왜 부합하지 않는 지에 대한 이유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6년부터 시작된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기반 구축사업은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과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한국 희귀·필수의약품 센터의 확대 및 각종 규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196건의 공급중단 및 공급부족이 발생한 만큼 현재 관련 사업은 원활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진행된 안정공급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목표와 기준도 불분명한 목록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식약처가 재정비 사업으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요청서에는 구체적인 지정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약은 “단지 질병의 위중도, 국내외 진료지침에 따른 근거, 공급 불안전성에 관하여 빈칸을 채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만일 질병의 위중도, 진료지침 근거, 공급불안정성이 지정에 관한 유일한 기준이라면 최근 품절약 관련 이슈를 겪고 있는 감기약, 변비약, 심지어 관절염 보조제까지 수많은 의약품들이 이에 부합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지 않은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이나 뱀독 등에 관한 해독제 및 감염질환 치료제, 소외질환 치료제는 필수적이면서 시장기능 만으로 안정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진료지침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에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건약은 “식약처는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을 요청하기에 앞서 구체적인 지정 기준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또한, 식약처가 지정해제 가능 목록에 포함된 90개 의약품에 대한 지정해제 기준도 마찬가지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식약처가 지정해제를 검토하는 의약품들이 과거에 왜 지정기준에 부합했으며, 현재 왜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사유부터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건약은 “특정 치료제의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을 배제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며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부터 많은 여성들이 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가장 선호되며,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약물 임신중지는 여전히 한국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일명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년 가까이 필수의약품 품목으로 지정해왔으며, 각 국가들에 미페프리스톤 등 유산유도제의 안정 공급을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식약처가 주로 허가사항을 참조하는 ‘A8 국가’에 모두 허가가 이뤄진 의약품으로 시민사회 및 여성단체는 수차례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식약처는 이해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상한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A8 국가’는 신약 약가 결정 시 가격 참조에 활용하는 국가로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위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8개국을 말한다.
이에 건약은 “식약처는 국가필수의약품에 관한 지정기준을 밝히고 유산유도제가 요건에 부합하다면 지체없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정해제 가능 목록에는 기존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제 14품목 중 9품목을 포함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약은 “후천성면역결핍증은 질환 특성상 치료를 위해 다양한 품목의 의약품이 필요하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가 경제적 사유을 들어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안정공급에 대한 우려도 높은 의약품”이라며 “그럼에도 14품목 중 9품목의 치료제에 지정해제를 검토하게 된 구체적인 사유와 기준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급안정이 필요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기준을 분명히 밝히고 공급부족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먀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시급성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