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2(목)
 
  • 말벌 침 일회성 아니라 연속적으로 쏠 수 있고, 주입되는 독의 양 꿀벌보다 많아
  • 벌 독성, 장수말벌> 꿀벌> 좀말벌>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왕바다리 순
  • 산림청 국립수목은, 산림말벌 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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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집을 지은 장수말벌 (사진=국립수목원)

 


[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매년 추석을 전후하여 벌초, 성묘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말벌류 벌쏘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벌 쏘임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7만여 명으로 이 중에서 약 30%가 9월에 발생했다.


벌에 쏘이면 해당 부위만 붓고 아픈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혈관부종이 생기거나 얼굴이 붉어진다. 사람에 따라 위경련이나 자궁수축, 설사가 일어날 수도 있고 만약 인두·후두 혹은 기도 윗쪽이 심하게 부으면서 쇼크가 일어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의 편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장수말벌이 꿀벌의 독보다 작게는 백배, 크게는 수백 배 강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까? 또, 말벌에 쏘였을 때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독이 더 강해서일까?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경북대학교(최문보 교수)와 말벌에 관련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결과 말벌과 꿀벌의 독성 차이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목원과 경북대학교가 공동으로 지난 4년 동안 수천 마리의 말벌을 모아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포함, 말벌류 5종의 독성을 측정하여 꿀벌의 독과 비교했다.


말벌 독을 정제해서 실험용 쥐를 이용한 반수치사량(LD50, 정제한 독을 실험동물에 주입해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반수가 죽는 독의 양)을 측정한 결과 장수말벌의 독은 꿀벌과 비교했을 때 약 1.3배 정도만 강했다. 


측정한 말벌류의 독성을 강한 순서부터 나열하면 장수말벌> 꿀벌> 좀말벌>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왕바다리 순으로 꿀벌의 독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그러나, 말벌은 꿀벌과는 달리 침이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쏠 수 있으며, 꿀벌보다 약하다 하더라도 한 번에 주입되는 독의 양이 꿀벌보다 많고 집단공격을 하므로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벌독이 지닌 독성의 강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인체의 면역 체계와 알레르기 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을 인식하는 ‘비만세포’가 있는데, 비만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면 백혈구 등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들을 불러들이는 ‘히스타민(Histamine)’을 분비한다. 이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 시켜 혈류량을 늘리고 상처 부위에 부종과 통증,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만약 벌독에 민감한 사람 즉, 벌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일 경우 과다한 히스타민 분비로 혈액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부작용이 심해지고 적절한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쇼크사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반응보다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이라고 한다.


벌독 알레르기 응급치료법은 심장박동과 호흡 수를 늘리는 에피네프린을 허벅지에 주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구급차에서 응급구조사가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벌이 걱정되는 장소를 가야할 경우 사전에 병원에서 에피네프린 주사나 항히스타민제 등 비상 응급약을 미리 처방받아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벌에 쏘이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벌이 많은 지역의 방문을 가급적 삼가고, 등산이나 벌초 등을 갈 때는 벌을 자극하는 향수, 화장품, 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말벌이 달려들면 가만히 서 있거나 쫓으려 하지 말고 재빨리 20미터 이상 벗어나는 것이 좋다.


신현탁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장은 “말벌은 위험하지만, 생태계의 한 일원으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라며, “말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성묘 및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산림 말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산림 말벌의 생태계 내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특별전을 오는 9월 19일(화)부터 9월 24(일)까지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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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 침 독성 꿀벌의 1.3배...더 위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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