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사참위 분석 결과, 건강피해 경험자 약 95만 명 달해
- 2심 판결 앞두고 7개 환경보건 및 독성, 의학, 환경사회, 법학회 입장 발표
- 최근 시행된 흡입독성시험서 사망, 폐 변색 등 확인
- “이번 계기로 기업, 국민 건강 보호 책임 통감해야”


[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가습기살균제 재판 2심 판결을 앞두고 가해 기업들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에서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MIT 등의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명’이 없다며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7개 환경보건 및 독성, 의학, 환경사회, 법학회 등은 입장 발표를 통해 1심 무죄 선고를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2심 판결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에 참여한 학회는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한국환경사회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등 7개이다.
이들은 “2020년 정부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대규모 전국표본조사를 시행해 그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총 894만 명이고 건강피해 경험자는 95만 명에 달했다”며 “사참위는 사망자만 2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화학물질 안전사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에 등록된 피해구제 신청자는 2023년 9월 30일 기준 1,827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총 7,870명에 불과하다.
이미 12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관한 한 여전히 빙산의 일각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아직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년 사이에 가습기살균제의 건강피해 여부에 대한 더 많은 독성학적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가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 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이 규명되었다.
또 최근 ‘실제 피해신고자의 사용 거리를 반영하여’ 시행된 흡입독성시험에서는 용량 상관적인 시험 동물의 △사망 △폐 변색 및 무게 감소 △세기관지 내 염증세포의 침윤과 염증 △불규칙 호흡 증상 등이 비교적 짧은 노출 시간인 2주만에도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하여 폐렴, 천식, 간질성 폐질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들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후 질병발생률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하였다는 결과들이 확인되었다”며 “특히, 이번 소송의 쟁점인 CMIT/MIT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피해구제 신청자들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 5년과 사용 후 5년을 비교하여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가 증가하였다는 객관적 사실도 입증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관련학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모델로 한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을 적용한 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독성물질로 작용하여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가습기살균제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으로 인정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후의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이처럼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판단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적으로 많은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이 물질을 제조, 판매하고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광고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제조사들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명백한 물질에 대해서조차 제조 판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유해물질로부터 우리의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을 계기로 기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통감하고 공공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사회적인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