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건희 회장 유지 이은 삼성가의 3천억 기부, 소아 희귀질환 극복 '희망의 씨앗'
- 3년 간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총 176건 과제 진행
- 진단 3984건, 치료 2336건, 코호트 6193건...전국 표준화된 치료법 구축할 계획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고 이건희 회장과 유가족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결실을 맺고 있다.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은 쉽게 정복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 또한 큰 질환으로 확인된 소아희귀질환 종류만 약 7000여 개 이상이다. 하지만 소아 환자는 성인에 비해 질환이 다양하고 환자 수는 적어 사례를 수집하기 어렵다. 따라서 표준치료법을 확립하기 어렵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 및 가족의 부담이 크다.
이때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유가족이 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뜻 깊은 결심을 했다.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후원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전례 없는 규모인 3,000억원을 기부한 것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의료진이 힘을 모아 사업을 추진한지 3년째를 맞이했다.
서울대병원은 8일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지난 3년 간의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성과를 보고하는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인사말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이 전국의 연구자와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열린 교류의 장에서 전국 권역 기관과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궁극적으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금 심각한 정도로 소아의료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 진단을 받거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 질환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고 이건희 회장이 어린이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는 그런 어린이가 없도록 서울대병원과 사업단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사장은 앞으로도 소중한 어린 생명을 보호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기업도 사회도 모두 사람에서 시작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인본주의 사상이 고 이건희 회장님이 품으셨던 경영 철학의 근본이었다”며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쉽게 정복되기 어려운 큰 질병이기에 유가족들은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모든 병원의 의료진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한마음 한뜻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이제 사업 추진 3년째를 맞아 전국의 많은 어린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이 사업이 큰 희망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 고 이건희 회장님의 유지가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이 계속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 지난 3년간의 사업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추진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기부금을 재원으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치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2021년 5월 설립됐다. 일회성 치료비 지원이 아닌 문제 해결형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업단은 3개 사업부로 나눠 △소아암 1,500억원(비급여 고액 유전체 검사비 및 면역·표적항암제 등) △소아희귀질환 600억원(희귀·응급 유전체 검사, 고액 유전자 치료 및 극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 △소아공동연구 등 900억원(진단·치료기술·약제 연구개발 등)을 배정하고 소아암·희귀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야별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총 176건의 과제를 공모·선정했다. 일부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소아를 진료하는 전국 160개의 의료기관과 1,071명의 의료진이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 진단건수는 소아암 1089건, 소아희귀질환 1746건, 공동연구 1149건 총 3984건의 진단이 이뤄졌다. 또한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 총 2336건의 치료가 진행됐다. 특히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반 치료 플랫폼을 통해 소아희귀질환 857건, 공동연구 5336건 총 6193건의 코호트가 등록됐다.
그동안 환자 데이터가 분산되어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사업단은 전국 권역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누구나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해 전국 환자 모두 동일한 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성과는 오랜 기간 문제가 되었던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과 진단 방랑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도전과 미래’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의도 진행됐다.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은 “이미 많은 사업들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굴하지 못했던 질환들이 많다. 사업단 단장으로 이런 질환들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나 틀 안에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입장에서 이 사업이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선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암 멘토 대표는 “환아 부모의 정서적인 지원 멘토링은 질병을 적응하고 심리적,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줌으로써 소아암 환아의 치료 과정에서 회복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한”며 “장기적 치료와 퇴원을 반복하는 부모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과 후원 멘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나은 방향들을 함께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삼성에서 3천억원이라는 기부금을 주셔서 소아암뿐만 아니라 희귀질호나 호나자 가족들에게 빛이 되어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자선단체처럼 환자에게 직접적인 치료비를 주거나하는 것보다는 환자들이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 수 있는 연구에 더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희망정원’을 주제로 30여명의 어린이 환자와 가족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염원을 담아 직접 색칠한 꽃 도안 전시회가 진행됐다. 기부자의 큰 뜻이 단단한 토양이 되고 환자 가족의 희망이 씨앗이 되어 꽃을 피워 모두 함께 밝고 따뜻한 희망정원을 이룬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단순히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로서가 아니라 의료진과 함께 질환을 극복하는 파트너로 전시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