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진주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1심서 승소
- 재판부 “사건 피해 유족 4명에게 4억 배상, 경찰 의무 위반 인정”
- 법과치유 오지원 변호사 “국가 책임 인정 큰 의미, 큰 용기 내준 유족에 감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보호의무자 입원제’ 폐지해야, 국가 대응 가능”
신경정신의학회 “의무자제도 폐지와 선진국 수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해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2019년 안인득(42) 사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참사를 막기 위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19년 3월 정신질환인 조현병 환자 안인득 씨는 진주아파트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고 불을 질러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8월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백화점 앞에서 최원종 씨는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덮치고 행인 9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60대, 20대 여성 등 2명이 숨졌다. 최 씨는 정신질환 진료 이력이 있지만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판사 박사랑)은 진주아파트 사건 피해 유족 4명이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4명에게 총 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직접 저지른 것은 안 씨 개인이지만 국가에게도 손해의 40%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인 유족 측 오지원 변호사는 17일 열린 ‘진주방화사건 국가배상소송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치료중단 이후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해 경찰이 법과 매뉴얼을 준수하였다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본 최초의 판결”이라며 “소송제기 조차 쉽지 않았을 원고들이 큰 용기를 내 가능했고, 이 판결로 치유와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신질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 중 극히 일부만 알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사회특별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올해 서현역 사건 등 수면 위에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며 “지역사회에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도움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족들을 찾아 강제입원을 권하고 있다.
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위원장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가 있는 상황에서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가족들을 찾고 있다”며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제도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백종우 위원장도 “중증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어도 보호의무자 입원제가가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와 경찰 그리고 소방이 행정입원과 병원 이송에 소극적이었다”며 “보호의무자제도의 폐지와 함께 선진국수준으로 현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는 사회적 논의가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심 판결 이후 정부에서 항소를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영희 정책위원장은 “지금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2~3심까지 가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며 “(원고인)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확정 판결까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해, 법무부에서 부디 항소하지 않기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