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북미 ‘꽃가루’, 유럽 ‘말라리아’ 극성
- 미 알레르기학회 조나단번스타인 전 회장 “날씨 따뜻해지며 꽃가루 양 급증”
- 유럽 이탈리아 남부 말라리아 종식 선언 후 50여 년 만에 재발생
- 김세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대기 오염·공해로 알레르기 발생 늘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변화된 ‘환경’이 인간에 ‘저항’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며 조각나 북극곰의 안정적인 터전이 붕괴되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 마을은 제방을 쌓아야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2022년 섭씨 50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파키스탄에 수증기가 다량 발생하면서 강력해진 몬순 기후에 따라 폭우가 내렸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수가 합쳐져 최악의 홍수가 일어났다. 결국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으며 3,300여만 명이 수재민이 되었고 1,7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섭씨 40~5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자연발화 화재도 빈번해 졌다. 2023년 미국 최대 휴양지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가 대표적 사례다. △호주 산불 △캐나다 산불 △그리스 로도스섬 산불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부 유럽 역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어 관광객들은 동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2023년 4월 발표한 환경부의 2022년 환경백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198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30년 동안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열대야 일수는 1.8일에서 약 6.2일로 늘어났다. 기온은 1.8도 상승했고 바닷물 온도는 1.35도 상승해 지구 평균보다 약 3.4배 빠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맡은 미국 알레르기학회 조나단 번스타인(Jonathan Bernstein) 전 회장은 기조발표를 하며 기후 변화로 인해 천식, 알레르기질환, 호흡기질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나단 번스타인 전 회장은 “기후 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며 꽃가루 양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그리고 대기 오염으로 알레르기 항원이 잘 생기면서 사람도 면역학적 변화가 초래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예민한 사람들은 봄이 되면 외출하는 것을 꺼려한다. 꽃망울이 터지면서 나오는 아주 작은 꽃가루는 미세먼지 정도로 입자가 작기 때문에 많이 날리지 않는 한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자극해 호흡기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폐 기능이 약화되어 있는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에게는 그 위험이 더욱 커진다.
조나단 전 회장은 “미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분진이 많아져 천식 등 호흡기질환 발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조나단 전 회장의 발언을 소개한 김세훈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기후 변화, 자연 재해 등 환경 이슈가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공해 증가가 겹쳐,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이탈리아에서는 50년 전 사라졌던 말라리아가 다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염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