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 시민사회단체, 정부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관련 의견서 제출
- “의료분쟁조정서 문제 되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검토 우선해야”
-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의사에 특례 주면, 환자 생명 보호 힘들어져”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금도 환자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12개 유형 이외의 모든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까지 공소제기 불가와 형의 임의적 감면 가능성을 열어 놓아 우려스럽다”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발생한 의정갈등상황에서 정부가 의사단체에 ‘당근’으로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논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의료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하 특례법)’ 관련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 토론회를 열고 특례법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법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특례법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행자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적용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전제로, 보험 가입 시 운전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참고해 마련되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2009년 중과실 교통사고에 대한 공소제기 불가 특례를 규정했다가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어 입법 추진 시 위헌의 소지가 크다.
이들 단체는 “의료분쟁조정에서 문제가 되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검토는 빠진 채 필수의료 의사 확보와도 거리가 먼 의료인에 대한 이중 삼중의 특혜 제공은 환자 피해를 더욱 키울 것”이라며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 피해구제는 전혀 달성할 수 없이 의료인 특혜만 부여하는 특례법 제정을 정부가 철회하고 입증책임 전환제도 도입 과 의료감정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1980년대 초 의사들이 주도해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안되었고 목적은 형사 특례였다”며 “이후 입증 책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관련한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사단체와 갈등 중에 ‘특례법’이 등장한 것에 주목한 강 사무총장은 “특례법은 의사단체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으로 (특례법이 시행되면)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정말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사무총장은 의료분쟁조정 시 환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입증 책임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은 의료사고 발생 시 사실과 증거 확보를 위해 민형사상 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증거 확보 곤란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공동의견서를 제출한 6개 시민단체도 의료사고 관련 환자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피해자인 환자에 대한 입증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형사 소송 제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