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15(월)
 
  •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서
  •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밝혀
  • 50년 전 국가 ‘낙태버스’ 운영, 지금은 ‘난임 시술비 지원’
본문_기본_사진 copy.jpg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외 14개 단체는 지난 2일 여성미래센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줄 왼쪽 세번째가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현대건강신문]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외 14개 단체는  지난 2일 여성미래센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음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의 발표를 정리한 것이다.


이번 저출생 대책은 저출산 담론을 빌미로 여성의 사적 돌봄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은 올해 노동안전보건운동에 있어 젠더 관점을 좀 더 잘 벼리고자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를 발족했는데요, 이번 저출생 대책과 관련한 성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유연화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난임 휴가 등을 시간 단위로 쪼개 사용하는 것이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며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홍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엔 총 노동시간을 어떻게 감축하고 사회적 휴식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합니다. 연차나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불안정 일자리에 내몰리는 여성노동자들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연화는 뉴노멀이 아닙니다. 자본이 아닌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시간 통제를 실현해내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뉴노멀입니다.


한편, 지금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증거기도 합니다. 한국 20대 여성의 높은 자살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고, 이는 여성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제한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뿌리 깊은 성별 노동 분업과 착취는 여성 노동을 저임금·장시간·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가사 돌봄의 역할을 홀로 강요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과 50여 년 전 국가 주도로 ‘낙태버스’를 운영하며 여성의 몸을 이용해 국가의 인구수를 조절하고자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비를 ‘49세까지 25회에 걸쳐’ 지원한다는 현 정부의 대책 역시 여성을 오직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여기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난임 시술은 고용량의 호르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건강상의 위험과 매회 수술에 비견되는 시술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 임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러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과 계획이 필요한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몫이 여성 개인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임신·출산은 그 잠재적 가능성만으로도 노동시장에서 넘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진입한 노동시장에서 축출되어 경력단절에 이를 것이라는 두려움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너무 자명합니다. 난임 시술을 반복 지원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왜 고령 임신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불안정 일자리와 돌봄 공백의 상황 속 임신과 출산이 ‘디 메리트’로 느껴지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만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또한 고령 임신은 필연적으로 모체와 태아에 대한 부담이 급격히 증가되는 고위험 상황임에도, 여성과 신생아에 대한 건강을 뒷받침할 산부인과·소아과의 의료인프라는 이미 붕괴된 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난임 시술과 고령 임신에 대한 위험성은 오직 여성의 몸에 오롯이 전가된 채, 현재 국가의 난임시술 지원은 또 하나의 의료산업을 배불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출생의 심화가 사회적 위기로 대두될 만큼 살아갈 희망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 정부는 깊은 책임과 반성부터 보여야 합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광고하기 전, 이 사회가 다음 세대까지 재생산되어 유지되어야 마땅하다는 이유를 설득해야 합니다. 


여성들 스스로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 저출생에 대한 모든 대책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여성, 여전히 인구 정책 도구로 여겨”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