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브리핑서 질문 받고 “의료 현장 가보시라”
- 건국대충주병원·강원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단축 운영
- 아버지 부음 전한 김한규 의원 “많은 분들 응급치료 받지 못하고 있을 것”
- 이형민 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 “현재 응급의료는 재난상황, 대통령 현실 인식 잘못”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보고 상당히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인식이 잘못됐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지난달 30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응급의학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형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응급의료 관련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위기”라며 “현재 응급의료는 재난 상황으로 붕괴 중에 있고 이 붕괴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많은 환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의사 부족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비롯된 의사 인력 부족이 응급의료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일 기준으로 전국 409개 응급실 중 99%인 406개소는 24시간 운영하고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 6.6%에 해당하는 27개소는 병상을 축소 운영하거나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중 한 대학병원은 응급센터 병상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후속 진료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119 구급대의 환자 이송 요청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병원 뇌졸중 환자 치료 병동은 평소 보다 1/3 정도 비어있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2일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건국대충주병원은 야간과 주말에 한하여 운영 제한이 있고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오늘(2일)부터 성인·야간진료가 제한되며 다만 추석연휴 기간에는 정상 운영 예정”이라며 “아주대병원의 경우 지난 수요일 운영이 중단되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휴진 없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현재 당면한 응급의료의 문제는 의료 인력 부족 등 오랜 기간 의료개혁이 지체되면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며 “정부는 우선 범정부적인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하여 당면한 응급의료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도 일부 병원의 응급센터가 단축 운영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과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 2일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의료 현장에서 체감과 대통령실의 메시지에 차이가 크다’라는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대해서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씀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의료 현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이다.
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에 침대가 20개에서 30개인데 그렇다라는 것은 20명에서 30명이 동시에 누워 있다는 것”이라며 “(응급의학과의사가) 혼자 근무를 하면 내가 이 환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환자를 방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아버지의 부음을 전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2달 전 지방에 계시던 아버지가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못해 응급차를 타고 서울 한 병원 앞에서 사정을 하여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만일 그 시각에 응급 수술을 받지 못했다면 그대로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그 이후 병상을 떠나지 못하고 40여일 만에 돌아갔는데 아마 많은 분들은 응급상황이 되어도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