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7(월)
 
  • 환자샤우팅카페 참석한 표지희 상담훈련센터장 밝혀
  • 의료사고 유가족 201명 대상 조사 결과, ‘울분 그대로’
  • “소송 집중해 자신 돌볼 겨를 없어 심리 상담 필요”
  • “의료사고 피해자 위한 전문 트라우마센터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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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군의 어머니 김소희 씨의 발언을 듣고 있던 표지희 ‘그래, 더 공감 더플록 부속 상담훈련센터장(위 사진)은 “방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아팠던 것은 소리 내서 우시지 못하는 것”이라며 “동희 어머니의 아픔은 4년이 지나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의료사고 유족들은 소리내 울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되면 도움이 필요하다”


6살 아들 김동희 군을 잃은 김소희 씨는 환자샤우팅카페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아들을 잃게 된 과정을 밝히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 씨의 발언을 듣고 있던 표지희 ‘그래, 더 공감 더플록 부속 상담훈련센터(상담훈련센터)’ 센터장은 “방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아팠던 것은 소리 내서 우시지 못하는 것”이라며 “동희 어머니의 아픔은 4년이 지나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 센터장이 만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울분’이라는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표 센터장은 “이 울분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를 냈을 때는 분노한다고 하는데, 울분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향한 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그러니까 분노를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니 자책감, 위축감 등이 생기는데 이것이 울분”이라고 설명했다.


상담훈련센터가 의료사고 피해자 201명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6개월 이전 △6개월에서 5년 △5년 이상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울분의 정도를 분석한 결과, 울분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표 센터장은 “이 결과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의료사고가) 해결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무도 해결 단계에서 같이 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다른 사고 피해자와 다른 심리적 특징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담훈련센터가 의료사고 피해자를 상담한 심리상담 전문가 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적인 트라우마와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표 센터장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심리적인 위축감이 크고, 죄책감과 불안이 컸다”며 “치료나 소송 등으로 또 다시 그 의료기관에 가야 되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두려움이 일반 트라우마와 구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설문에 응한 ‘의료사고 피해자 상담 심리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전문심리상담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


표 센터장은 “이 분들(의료사고 피해자)은 소송 등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것에 많이 집중한다”며 “거기에 자신을 같이 돌봐주는 것이 동반돼야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심리상담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김소희씨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소송도 해야 했고 남편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저를 돌아보지 못했다”며 “재판이 이제 시작돼 아직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의료사고 피해자를 지켜봐 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재판에 몰두한 시간이 지나면 뒤늦게 그때 감내해야 했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심리 지원이 정말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유가족이 겪는 자책감은 정말 괴로운 감정으로, 머리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납득하더라도 내 마음이 완전히 그걸 소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식적으로 잘못은 누구라는 판결을 받았을 때 해소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해,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소송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이사를 역임한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 안에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의료사고 피해자의 심리상담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상일 교수는 “현재 환자안전법이 제정돼 있고 그런 업무를 담당할 기관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들에 대한 심리 지원을 논의해볼 수 있다”며 “대부분 건강보험에 가입된 분들이 진료를 받다 생긴 일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원으로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담훈련센터 의료사고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전문 심리 상담사 24명을 양성했고, 무료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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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유가족, 시간 지나도 울분 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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