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mRNA 백신 개발 착수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국내 공동연구팀이 아시아 지역에서 확산되는 치명적인 진드기 매개 질환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최초 AI 기반 mRNA 백신 개발에 나선다.
질병관리청(KDCA) 국립보건연구원, 에스티팜, 국제백신연구소(IVI), 서울대학교(SNU)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감염병혁신연합(CEPI)와 협력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최초 AI 기반 mRNA 백신 개발에 나선다.
SFTS은 다비에 밴다바이러스(Dabie Bandavirus) 로 알려진 SFTS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 주요 증상은 감염된 진드기나 감염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예: 고양이)에 물린 뒤 나타나며, 발열, 혈구 감소, 구토, 설사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층에서 중증으로 악화될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SFTS를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인식하고 백신 개발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페뉴바이러스과(phenuivirus) 프로토타입 백신 개발 사업의 하나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기반 백신 설계부터 임상 1·2상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SFTS 후보 백신이 인체 대상 시험에 들어가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SFTS 바이러스는 페누바이러스(Phenuivirus) 계열의 대표적인 병원체로 이번 연구 대상에 선정되었다. SFTS 백신 설계에 성공하면 동일 계열의 다른 페누이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얻은 지식, 데이터, 연구 자료는 향후 공중보건, 축산, 농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신종 페누이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보다 신속하게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FTS는 바이러스 자체가 면역을 회피하는 구조를 띠고 있어 지역적 특성 등을 이유로 상용화된 백신이 부재했다. 이에 mRNA 백신은 항원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하고 강력한 T세포 면역을 유도해 SFTS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는 “자체 SmartCap® 및 STLNP® 플랫폼과 글로벌 CDMO 역량을 바탕으로, AI 기반 SFTS(mRNA)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에스티팜은 SFTS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개발과 생산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PI의 리처드 해쳇 대표는 “다음 팬데믹이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SFTS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커져가는 바이러스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음 ‘미지의 감염병(Disease X)’ 대응을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는 지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새로운 페누이바이러스가 등장하더라도 처음부터 새롭게 백신을 설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확산을 막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이번 CEPI와 한국 연구기관들 간 협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SFTS 백신 연구를 통해 확보되는 지식은 CEPI의 ‘미지의 감염병 백신 라이브러리(Disease X Vaccine Library)’ 에 추가될 예정이다. 이 백신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바이러스 계열의 백신 데이터와 정보를 집약한 것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CEPI가 주도하고 한국을 포함한 G7 · G20 회원국이 지지하는 글로벌 목표인 ‘100일 미션 (100 Days Mission)’의 핵심으로, 팬데믹 발생 후 100일 이내에 대응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VI가 주도하는 이번 임상시험의 백신 후보물질은 질병청과 서울대학교가 공동 설계하고 있으며, 이미 1상 시험에서 검증된 에스티팜의 독자 기술인 SMARTCAP® 플랫폼을 활용한다. 또한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HMRI)가 최첨단 AI 기술을 지원해 기존에 몇 주에서 몇 개월 걸리던 백신 구성요소 설계를 몇 시간 만에 완료하고,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 설계를 목표로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제협력을 통한 SFTS mRNA 백신 개발로 신종감염병 대비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면서, "우선 순위 병원체에 대한 백신 라이브러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연구과제의 책임자인 송만기 IVI 과학 사무차장은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에서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공중 보건 위협이 되는 질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대응에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첨단 mRNA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반 항원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백신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신속한 신종 병원체 대응을 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고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CEPI 및 정부, 학계, 업계의 주요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RNA 생물학 연구실의 정수진 박사는 “중대한 공중보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연구실의 고도화된 mRNA 백신 설계 역량을 적용하게 되어 자랑스럽다. 독자적 안정화 UTR 서열을 통합해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고, 향후 팬데믹 대비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파트너십은 학문적 혁신이 세계보건 안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CEPI와 국내 컨소시엄 참여기관들은 CEPI의 공평한 접근 정책(Equitable Access Policy)에 따라 백신 개발 성과가 공평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보장한다. CEPI는 1/2상 임상시험 이후에도 추가 개발을 지원할 수 있으며, 발병 시 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시험용 비축분을 마련한다. 성공할 경우 백신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어 중저소득국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백신 생산 능력은 이미 배정돼 있어 성공 시 신속히 제조·공급할 수 있으며, 아시아 중저소득국가 제조업체에 기술 이전을 실시해 현지 생산과 신속한 백신 접근을 보장한다. 이 과제를 통해 생산된 임상시험 데이터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로 공개돼 공중보건 및 연구개발 공동체에 기여한다.
이번 파트너십은 CEPI가 한국의 세계적 연구기관들과 함께 국가 및 글로벌 차원의 감염병 · 팬데믹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진행해온 수천만 달러 규모 연구개발 투자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CEPI와 협력해 왔으며, 최근 CEPI의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자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