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아”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같은 폭우 속에서도 누군가는 안전한 집에 머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침수 위험에 처하고, 대피하지 못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폭염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는 에어컨을 가동하며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선풍기만으로 버텨야 하고, 또 누군가는 냉방기기 조차 없이 극한의 더위를 견디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주제로 한국사회 불평등 연속토론회를 개최한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말하며 기후위기의 불평등성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축사를 한 의원들의 기후위기가 미치는 영향을 소득 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상위 10%의 소득 계층이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양의 약 50%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 소득 계층의 배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상대적 소득상실률은 소득 상위 10%는 3%에 그치는 반면, 소득 하위 50%는 무려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저소득 국가의 시민들이 오히려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 상황을 우리나라로 축소해도 불평등한 양상은 비슷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논, 밭에서 사망한 온열질환자의 79%가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7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침수로 인한 인명 및 시설피해 또한 저지대의 단독주택과 지하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나타나는 기후 질환 상대위험률도 소득이 낮은 그룹에서 더 높게 나타나 기후불평등의 격차가 확인되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경제적으로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취약한 농어민과 야외작업노동자,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피해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반지하주택이 가장 먼저 침수되거나 폭염이나 폭설에는 냉난방이 어려운 노후 주택과 저소득층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 지속된 폭염과 11월의 폭설로 이상기후 현상을 직접 겪었다. 또한, 폭우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비극도 발생했다.
불평등성 드러낸 기후위기 여파 생활 위협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자연재해를 넘어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기후 위기에 따른 과일, 채소값 폭등이 심각한 수준이고,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 중 9개는 과일·채소 등 먹거리였다. 배는 재고량 부족에 폭우·폭염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겹치면서 가격이 지난해보다 71.9% 폭등했다.
국회 국토위원장인 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저의 지역구인 소래포구의 어민들 또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접 겪고 있다”며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남해에서 잡히던 문어가 인천 앞바다에서 나타나고, 꽃게 철에 꽃게 대신 갈치가 잡히는 등 생태계의 변화가 뚜렷해, 이상기후로 인해 어획을 해도 적자가 발생하여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기후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해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기후정의는 여전히 개념적으로만 접근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구체적인 사례 발굴과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약자 보호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과 혹한으로 인한 에너지 복지와 식량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며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기존의 모든 정책과 법률을 기후정의의 시각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