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 “정부와 제약사 줄다리기에 환자 치료 타이밍 놓쳐”
환연 안기종 대표 “고가의 면역항암제, 암환자 생명 연장 기회 잃어”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지난 4월 29일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에 대해 호지킨림프종·두경부암 2개 적응증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기준만 수용하고, 신장암·위암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았다.
‘키트루다’에 대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급여기준 확대도 수용하지 않았다. 제약사에 대해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으로 면역항암제와 건강보험 급여화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신장암·위암 등의 환자들은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오노 △BMS △한국MSD 등 제약업체와 재정 당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면역항암제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발언자로 나선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신장암에 있어서 면역항암제 옵디보가 2차 치료 약제로 허가받은 지 2년 이상, 1차 치료 약제로 허가받은 지 1년이 넘어가는 상황이지만, 또 다시 암질환심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1차 치료 병용요법과 2차 치료 단독요법이 명시되어 있을 만큼 신장암의 면역항암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가장 먼저 쓰이는 치료제이지만, 국내 급여 상황에서는 2차 치료 단독요법조차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백진영 대표는 “건강보험 재정도 중요하고 제약사의 이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환자의 생명”이라며 “앞으로 더 고가의 약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문제로만, 제약사의 이윤 문제로만 생각을 한다면 앞으로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가항암제가 나올 때마다 정부와 제약사의 줄다리기로 환자들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냐”며 “제약사는 환자가 쓸 수 있는 환자를 위한 가격으로 약을 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3월 20일 MSD의 키트루다와 오노약품공업·BMS의 옵디보가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을 적응으로 면역항암제 시대의 문을 열었다. 죽음에 임박한 암환자라도 면역항암제 반응을 보일 경우 생명 연장이 가능하게 되었고 일정기간 경과 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중단해도 치료효과가 유지되는 암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슈의 티센트릭,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새로운 면역항암제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적응증도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신장암 △방광암 △위암 △식도암 △유방암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면역항암제를 신속히 급여화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암환자를 살리는 것에 재정당국과 제약사의 이해가 다를 리는 없다”며 “제약사도 신약을 개발하고 시판하는 이유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면 재정당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재정당국과 제약사의 힘겨루기에 환자가 더 이상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정당국과 제약사가 서로 약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고액의 면역항암제 약값을 감당하지 못한 암환자들은 생명 연장이나 완치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죽어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