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개 의료기관서 환자 1인에 하루에 9종류, 총 10건 마약류 처방
- 식약처 “말기 암환자, 정신질환자 치료에 마약성 진통제 다수 처방”
- 환자 마약류 쇼핑 정보 알수 있는 시스템 이용 의사 1%에 불과
- 김영주 의원 “한 환자에게 여러 종류, 다수 처방한 의료기관 전수 조사해야”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남'으로 불리는 신 모씨가 여러 병의원에서 '마약쇼핑'을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이 10여개 병‧의원을 수사 중인 가운데 환자 1명이 하루 1만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마약류 다처방 환자 현황’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하루동안 9개 마약성분을 1만 개 이상 처방받은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2022년 한해 동안 하루동안 여러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 상위 10명에 대한 자료를 받아 분석했더니, 40대 남성 A씨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디아제팜, 로라제팜, 에스조피클론, 에티졸람, 옥시코돈, 졸피뎀, 클로나제팜, 플루니트라제팜, 플루라제팜, 히드로모르폰 등 10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다. A씨는 2개 의료기관에서 하루동안 20차례에 걸쳐 4,763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서울 대형병원과 창원의 병원을 오가며 처방받았다.
또, 경기도 대형병원의 암환자였던 0대 남성 B씨는 하루동안 1개의 의료기관에서 9개 종류의 마약류 총 10,137개 처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여성 C씨는 하루동안 4개의 대구지역 내과 2곳, 정신건강 의학과 1곳 등 의원급 3곳과 병원급 1곳을 돌아다니며 의료용마약을 289개 처방을 받았다. C씨의 경우 병원쇼핑이 의심되는 사례이다.
40대 여성 D씨의 경우 일주일동안 2개 의료기관에서 마약류 처방을 80건 받았다. D씨가 일주일 동안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 성분은 9종류, 처방량은 6,244개였다. 하루 10건 이상의 마약류를 처방 받은 것이다.
40대 남성 E씨는 의료용 마약류 병원 쇼핑이 의심되는 사례다. E씨는 일주일 동안 서울지역 4개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총 29건의 처방을 받았는데 그가 처방 받은 마약의 종류는 총 10건이었고 처방량은 8,173개였다.
이러한 사례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환자의 경우 말기 암환자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강한 마약성 의약품을 여러 차례 처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C씨나, E씨처럼 마약성 의약품에 대한 의존증으로 인해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처받을 받는 이른바 '마약류 병원 쇼핑'이 명백하다는 의심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누가, 어디서, 어떤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고 처방했는지 등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이력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균보다 처방이 많은 기관과 개인 등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마약류를 처방받는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의료쇼핑방지를 위해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의사수 103,971명 대비 가입한 의사수는 11,013명으로 10.6%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 정보망을 이용한 환자는 2023년 1,090명이었다. 실제 마약을 처방한 의사중 의료쇼핑방지 정보망을 이용한 의사는 1%에 불과한 셈이다.
의료쇼핑방지 정보망 이용을 강화하고 마약류를 쇼핑하는 환자에 대해 마약류 처방을 금지하거나 신고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의원은“한 사람이 하루 만개 이상의 마약류를 쉽게 처방받는다는 것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얼마나 부실하게 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최근 의료용 마약쇼핑을 한 의혹이 있는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내거나, 흉기로 사람을 위협하는 등의 범죄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마약쇼핑 방지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환자에 수 차례에 걸쳐 여러종류의 마약을 처방한 의료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법사항 발견 시 수사의뢰 등 고강도의 제제가 필요하다”고 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