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촉구 기자회견서 밝혀
- “병원, 전공의 없어 희소질환자 조직검사 못한다니 어처구니 없어”
- “전공의 집단 사직에 희소혈관질환 힘들다 말하기도 염치없어”
- “지금 이 상황 희소질환자들에게 얼마나 참담한 일인지 알았으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금 같은 국면에서 당장 저희를 보십시오. 무슨 시술이나 치료는커녕 그 앞 단계인 조직검사도 못하고 있습니다”
희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아이 엄마인 한국PROS환자단체 서이슬 대표는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환자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 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희소질환자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쏟아냈다.
서이슬 대표는 ‘희귀질환’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우리나라에서 레어 디지즈(Rare Disease), 즉 희소질환이라는 말의 공식어로 사용하는 ‘희귀질환’이란 말을 싫어하고 쓰지 않는다”며 “한자어로 ‘희귀(稀貴)’라는 말은 ‘드물고 귀하다’라는 말인데 정말 ‘귀하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의 아이가 진단받은 희소혈관질환은 아직까지 완치법이 없는 질환으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한 곳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
서 대표는 “올해 저희 아이도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시도하려고 조직검사를 받으려고 했다”며 “그런데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6월까지 조직검사를 받지 못했고 8월로 조직검사 일정이 밀렸다”고 밝혔다.
결국 서 대표는 거주하는 지역에 ‘희귀질환 진단기관’이란 홍보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조직검사를 문의했지만, 결국원래 조직검사가 예정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란 안내를 받았다.
서 대표 아이는 △매일 출혈이 생겨 거즈를 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원인 불명 감염에 시달리며 △남들과 다르게 생긴 발과 다리 때문에 주변에서 ‘다르다’라는 시선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치료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셈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사직한 이후 100일이 지나면서 희소질환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호소할 곳도 찾지 못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저희는 적어도 당장 생명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어서 당장 더 급한 사람들이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조금 불편하고 아프고 힘들다고 말하기 염치없다”며 “어차피 못 고치는 병으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치료에 대한 희망을 접은 듯 한 발언을 했다.
현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답답한 심정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밝힌 서 대표는 “현재 희소질환자 삶의 질 문제나 임상 약물 접근권 같은 문제는 그야말로 사치 아니겠냐”며 “지금 희소질환자의 참담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환자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