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민 의원 “일부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정 여전히 심각한 상황”
-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비상설 민관협의체만으로는 한계”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어진 각종 호흡기 질환 유행 등으로 인해 의약품 수급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용 의약품의 공급부족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감기와 호흡기 질환의 급증으로 주요 어린이용 의약품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러한 문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겨울철을 앞두고 어린이용 의약품의 품절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2023~2024년도 어린이용 의약품 수급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일부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대한약사회를 통해 약국과 병원 등 현장에서 품절 사태가 우려되는 어린이용 의약품 중 생산ㆍ수입ㆍ공급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을 선별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기침, 가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약물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감기, 천식 등 어린이 환자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시네츄라 시럽, 씨투스현탁정100mg, 씨투스건조시럽, 삼아아토크건조시럽, 벤토린네뷸2.5mg은 어린이 호흡기 질환 치료에 쓰이는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해당 의약품의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시네츄라시럽’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은 2023년 1분기 106%, 2024년 1분기 107%로 2년 연속 공급량이 실제 소비량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투스현탁정100mg’은 작년 1분기 108%에서 올해 1분기 158%로 급등해 소비량이 공급량의 1.5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씨투스건조시럽’과 ‘삼아아토크건조시럽’은 공급량 대비 소비량이 56~77%로 안정적인 편이나, 이 품목들 역시 현재 도매추정 재고 수준은 5% 미만으로 매우 낮아 겨울이 오면 품절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린이 기관지, 천식 치료제인 ‘벤토린네뷸2.5mg’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 역시 2023년 1분기 113%, 2024년 1분기 101% 2년 연속 실제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국가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으로도 지정된 주요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품절 안내를 공지할 정도로 공급 부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8월부터 내년도 4월까지는 해외 제조소 문제로 공급중단이 보고되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역시 어린이에게 중요한 의약품으로, 면역 체계가 미성숙한 어린이에게 호흡기 감염, 중이염 등을 조기에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다. 보령메이액트정100mg과 소아용 후로목스세립은 수급 불안정 문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보령메이액트정’의 경우 공급 대비 청구량이 2024년 1분기 98%로 상승했다.
또한, 두드리진시럽과 유시락스시럽은 알러지 질환 치료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로 2020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었으며, 영유아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약물이다. 그러나 ‘두드리진시럽’은 2024년 1분기공급 대비 청구량이 110%, ‘유시락스시럽’ 또한 103%를 기록해 수급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삼아리도멕스로션은 소아의 피부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한 스테로이드제로, 2023년 1분기 100%, 2024년 1분기 101%로 2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재고가 낮은 상황이 장기화되며, 꾸준한 공급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용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저출생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맞물리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인구 감소로 제약사들이 채산성이 낮은 어린이용 의약품의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이로 인한 공급 불안정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동시에 제약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글로벌 팬데믹 이후 의약품 공급망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FDA 안전·혁신법(FDASIA)’을 도입해 포괄적인 의약품 공급 중단 관리와 보고 체계를 제도화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는 필수 의약품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민관협의체’는 대한약사회 등 민간의 요청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여기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회성 대책에 그치면서 급격한 수요 증가나 특정 의약품의 공급 차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선민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국가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아 국가필수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공급중단 보고 대상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들조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용 의약품은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특별한 개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를 주도하는 식약처가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20년 36.5%에서 2022년 11.9%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식약처에는 공급 보고 공급 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을 지정하게도 되어 있다. 또 제약회사가 공급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 발생을 하면 그 사유를 사전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복지부에 퇴장 방지 의약품 제도도 있다. 채산성이 없어서 생산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의 원조 국가를 보전하는 제도다. 이렇게 제도는 많은데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분석하고 대비하는 곳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어린이 의약품 공급부족은 제약사 수익 구조 그리고 저출생 계절적 요인 등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원인별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개별적으로 운영을 할 것이 아니라 더 흩어져 있는 제도를 개편하고 보다 확실한 그런 거버넌스가 필요로 한다”며 “의약품 수급관리센터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공급 부족 관련해서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