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진료과장, 국회 출석해 마약 위험성 증언
- “마약과 전쟁 선포했지만 현장 혼란 심해”
- “똑같은 일을 서로 다른 조직이 하고 있어”
- ”마약,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성 질병”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진료하는 환자 중 압도적인 비중이 20대 초반이고 가장 어린 마약 중독 환자는 중학교 2학년이다”
지난 10일 국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진료과장은 마약의 심각성을 밝히며 이 같은 발언을 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4월 서울 삼성동·대치동 등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을 강화하는 음료’라고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큰 파문이 일었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재성 과장의 발언을 통해 ‘젊은 마약 환자’들의 증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와 마약 중독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밝힌 김 과장은 “두 가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 접촉을 통해 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며 “마약 중독의 전염성을 비유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이것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취약층이 △고령자 △기저질환자로 특정되는 것처럼, 마약 중독은 △청소년 △소속 집단이 없는 사람들을 취약층으로 가지고 있고, 인구 중 일부가 상시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듯이 마약 사용도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과장의 주요 발언을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했다.
Q. 현재 마약 치료 현장 상황을 소개해 달라.
A. 마약 사후관리 체계 현장은 굉장히 혼란이 심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의 어떤 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각각 어떻게 다른지 어디로 의뢰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 어렵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똑같은 일을 서로 다른 조직에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유관기관에서 각자 재활 관련 부서를 만들어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센터를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마약 중독자들을 모아 둘 경우 재발 위험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숙련된 인력이 긴 호흡으로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해서 접근해야 한다.
센터를 새롭게 만들기보다 기존 중독관리센터들을 효율화하고 마약 중독 관리를 위해 부처 간 역할 재정립을 꼭 당부드리고 싶다.
Q. 마약 치료 관련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
A. 마약류 치료보호제도라는 이름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국가에서 치료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중독자들이 수해를 입고 있는 부분이 적다.
사후관리를 위해 좀 더 근본으로 돌아가서 마약 중독은 질환이고 뇌의 만성질환으로 치료 받아야 하는, 전염병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치료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현장에서 진료하면서 ‘인적 역량’에 대해 회의감 있다. 마약 중독자는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주사기’ 사진만으로 갈망을 느끼고 쉽게 마약에 손을 대는 구조이다. 이런 세세한 지식을 알지 못하고 마약 중독자의 관리나 상담에 들어가면 환자들이 오히려 재발에 가까워지고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발생한다.
Q. 마약을 왜 전염병으로 생각하나
A. 마약 중독의 ‘전염성’을 비유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고 문자 그대로 이것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코로나19와 비교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두 가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접촉을 통해서 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취약군이듯, 마약 중독의 경우에는 청소년이나 소속 집단이 없는 사람들이 취약집단이다. 또한 인구 일부가 상시 감염되거나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 되어 있다는 점도 도일하다.
마약 중독은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방역을 해야 하는 전염성 질환이다.
Q. 마약 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A. 제가 진료하는 환자들 중 압도적인 비중이 20대 초반이다. 이 환자들이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 보통은 16~17살이고 제가 진료하는 가장 어린 마약 중독 환자는 중학교 2학년이다. 이 환자는 주변에 마약을 쓰는 친구들이 10명도 넘게 있는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본인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의 보호자들이 마약 중독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약 중독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뇌의 질환이라는 인식도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이 문제를 드러내면 안 된다, 혹은 정신과 기록을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팽배하다.
Q. 현재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부곡병원을 제외하고 마약 중독자 진료가 전무한 상황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A.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인력과 시스템은 문제다. 마약 중독은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상담사를 포함하는 치료팀이 꾸려져야 하는 질환이다. 병동 시스템 또한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마약 중독 환자를 병원에서 받으면 그보다 많은 수의 일반 환자들이 떨어져 나간다. 마약 중독 환자의 충동성으로 인해 같은 병동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본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이 90%가 넘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된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아, 민간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마약 중독 치료에 뛰어들 유인이 없다.
인천 참사랑병원 국립부곡병원 그리고 대구대동병원과 같은 현재 마약류 환자의 거의 대부분을 치료하고 있는 병원들을 거점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한편,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이지만 진료를 받고 있는 인원은 34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