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서 ‘비상 계엄’ 사안 다뤄져
- 김 의원 “의료대란으로 4개월 동안 1,700명 국민 사망”
- “추계자료라면 연말까지 5,000명 초과 사망 예상”
- “국민들 ‘응급실 뺑뺑이’ ‘소아진료대란’ 개선 원해, 의대 증원 지지”
조규홍 장관 “포고령 내용, 정부 방침과 완전히 배치”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계엄 포고령에 들어간 ‘전공의 처단’ 표현 때문에 이 정부의 의료개혁은 물 건너가” (김윤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발표한 ‘비상 계엄 선포’에 따른 ‘계엄 포고령’으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 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3일 10시 23분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사령부는 11시 30분 ‘1호 포고령’을 발표했다.
1호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지 않을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4일 새벽 1시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1호 포고령’은 효력을 상실했지만, 계엄상황이 지속되었으면 전공의 등 의료인은 ‘처단’ 대상이 될 뻔했다.
계엄 포고령에 등장한 ‘전공의 등 의료인 처단’이라는 문구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으로 10개월 동안 고통 받으면서도 정부 정책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의료 개혁’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는 동시에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계엄사 포고령 1호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징벌해서라도 정부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표현”이라며 “장관은 (비상 계엄에) 동의하지 않고 차관 등 대통령실 참모 누구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결국 대통령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라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조 장관은 “그게 들어가게 된 것은 좀 알아봐야 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비상 계엄’으로 10월간 이어진 의료대란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국민들의 희생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의료대란 때문에 약 4개월 동안 1,700명 가량의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초과 사망’ 분석 자료를 보여드렸다”며 “그 추계자료를 근거로 하면 연말까지 5,000명 정도의 초과 사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의대 증원을 지지했는데, 왜냐하면 의대 증원을 통해 의료개혁을 하고 ‘응급실 뺑뺑이’, ‘소아진료대란’, ‘분만 난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원했기 때문”이라며 “그 고통과 계속되는 환자들의 피해를 참아가면서도 국민들의 의대 증원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 계엄의 포고령에 들어간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 때문에 저는 ‘이 정부의 의료개혁은 이제 물 건너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까지 과정을 참아 준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국민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장관은 뭐라고 할거냐”고 되물었다.
조 장관은 “이번 포고령에 들어간 내용은 정부 방침과는 완전히 배치된다”며 “구체적인 얘기는 상임위(복지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방향을 재확인한 조 장관은 “의료개혁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지속 가능한 체계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공급자·수급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했지만 의사단체 등 국민들이 이 발언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같은 시각 열린 브리핑에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전공의와 의료인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았다”며 “‘처단한다’는 문구를 넣은 당사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개혁특위(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도한 여야의정협의체에 참가했던 대한의학회도 5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계엄 포고령에서 국가 안보와 무관한 의료진을 직접 언급하고 ‘처단’의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의료계를 체제 전복 세력으로 취급한 명백한 증거”라며 “정부는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 상태에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복귀를 강제해, 파업과 사직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