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 신약 허가돼도, 동반진단 검사 급여 심사 과정서 '기술평가'로 절차적 한계
- 남인순 의원, 암 치료 성과 높이기 위한 동반진단 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특정한 유전자 변이 또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항암치료는 기존 화학요법과 달리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 만을 공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부작용이 적고 효율적인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 신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표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약 허가와 급여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신약의 조기 도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표적 치료제 사용을 위해 필수인 동반진단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과 김남희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암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동반진단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을 분석해 특정 표적항암제에 적합한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 사용되는‘면역조직화학염색(IHC) 동반진단’이 국내 정밀의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현황을 살펴보고, IHC 동반진단을 임상 현장에 더욱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IHC 동반진단은 유방암, 폐암, 위암 등 한국인에게서 유병율이 높은 주요 암종에서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정밀의료의 필수 요소이지만, 현재는 기술평가 및 수가 제도의 한계로 인해 많은 암 환자가 신속하게 동반진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암학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 이혜승 대한병리학회 총무이사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반진단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총무 이사는 “1990년대부터 전세계 암 치료 현장에 도입된 IHC 동반진단과 표적치료제는 HER2 양성 유방암 등 주요 암에서 생존율을 30% 이상 증대시킬 정도로 정밀의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IHC 동반진단과 표적치료제가 동시에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새로운 바이오마커에 대한 IHC 동반진단은 최장 15개월이 소요되는 기술평가 절차를 거쳐야만 임상 현장에 도입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평가기간 동안 치료제가 출시되어도 해당 동반진단 기술을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어 수년 전부터 암 치료 현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원재경 대한병리학회 보험이사는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IHC 동반진단이 수개월이 소요되는 불필요한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고 없이 신속히 기존기술로 분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IHC 동반진단을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 심사’ 우선 대상으로 지정해 순차적인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들을 단축하고 중증의 암 환자들의 치료 지연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패널 토론에서 환자 식별 지연은 환자의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통합적 접근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라 이사장은 “위암에서 CLDN18.2이라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내년 1월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하지만, CLDN18.2 동반진단이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될 경우, 내년 하반기까지 임상 현장에서 표적치료 환자군을 식별하지 못하게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희정 의료행위평가부장은 “금일 토론회 중에 언급된 CLDN18.2 동반진단은 내년 초 국내외 가이드라인과 관련 연구 결과들을 참조해 신속한 기존기술 준용 여부에 대한 추가 검토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동반진단의 급여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도 IHC동반진단의 임상 현장 도입이 지연될수록 암 환자들은 혁신 표적항암요법을 통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연합회 차원에서 정밀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이슈가 조속히 해결될 때까지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민정 사무관은 “치료 시의성이 중요한 암 환자들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여 허가와 급여 사이 간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동반진단 제도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국내 암 환자들이 적시에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동반진단과 관련된 제도적 병목현상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