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의학회 ‘진단보조 인공지능(AI) 기술 문제점’ 포럼 개최
- 서울아산병원 박성호 교수 “의료기기 인허가 때 성능 현장서 보장 안돼”
- 서울성모병원 최준일 교수 “의료기기 시장 진입 간소화로 환자 안전 문제 발생”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선진입 의료기술로 임상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AI)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의 성능 평가가 굉장히 어렵다”
‘장미빛 전망’을 가지고 의료기기 현장에서 사용되는 진단보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선진입 의료기술 평가유예’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성능 평가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여졌다.
임상에서 인공지능(AI)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박성호 교수는 지난 17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진단보조 인공지능 기술 현황과 문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포럼은 대한영상의학회가 주최했다.
인공지능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의 경우 인허가 때 성능 수준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때 그대로 보장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가 경추골절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한 업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서류에는 △민감도 91.7% △예민도 88.6%였지만, 미국 위스콘신외상센터에서 환자 1,904명을 대상으로 사용한 결과 △민감도 54.9% △예민도 94.1%로 확인됐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환자 중 검사에서 질병이 있다고 판정될 확율을 말하고, 예민도는 질병이 없는 사람이 검사에서 질병이 없다고 판정될 확률을 말한다. 민감도와 예민도가 같이 높아야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흉부 엑스레이(X-Ray)에서 이상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국내와 유럽 허가 시 성능이 AUROC 0.771~0.994였지만, 고려대의대 건강검진센터에서 3,047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AUROC 0.648로 나타났다.
AUROC(Area under receiver operating curve)는 선별정확도를 나타내는 성능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박성호 교수는 “의료진이나 병원에 따라 이질성이 높아, 의료분야 인공지능은 근본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의료기기 인허가 상황에서는 보편적인 유효성 판단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의료분야 인공지능 환자·진료 중심이 아닌 금전적 이익을 강조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는 “영상의학 분야 인공지능은 경험이 쌓여 있어 좀 나은 부분이 있는데 비영상분야가 심각하다”며 “심하게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는 (인공지능)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의료분야 인공지능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더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개정안 발표 당시 “뛰어난 의료기술을 환자 치료에 조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도 컸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기업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미검증 기술들의 실험대상 삼겠다는 위험한 계획”이라며 “환자 안전의 보루이자 현대 의학의 근간인 의료기술 검증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정부는 전무후무하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입법예고가 끝난 개정안에는 △평가 유예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선진입하면 퇴출 없고 임시등재 기간 후에 급여나 비급여로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성모병원 최준일 교수(영상의학회 총무이사)는 “최근 발표된 선진입 제도, 새로운 의료기기 시장 진입 간소화는 환자 안전, 유용성 평가, 의료비 절감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며 “새로 진입한 의료기기의 퇴출 기전을 없애, 근거를 창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준일 교수는 “우선 환자와 의료진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는 상업성 보다 유용성을 증명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