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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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택배·건설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한 뒤에야,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폭염 휴식권’을 조건부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작업 후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규칙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지만, 이마저도 한 달 넘게 미뤄진 끝에 뒤늦은 조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시행 직전 ‘획일적 규제’라는 이유로 대통령 직속 기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일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재난’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지금,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물류, 건설, 농업 현장과 같은 야외 노동 환경에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제도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번 폭염 휴식권 제도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와 희생 끝에 어렵게 마련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현장에 안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업주가 눈치를 주거나, 노동자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에서는 그 어떤 법적 조항도 실제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 제도가 명목상의 ‘권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해당 제도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위반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기후재난 작업중지권’ 도입, 냉방시설 설치 의무화 확대 등 후속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비용 부담’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폭염 속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본 조건부터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폭염 휴식권의 실질적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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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염 휴식권’ 뒤늦은 수용…정부와 기업이 현장 정착에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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