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우려
- “산업계 주도 원격의료 법제화…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
- “코로나 한시 조치가 상시 제도로… 산업계 로비의 산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택시’가 지배적 플랫폼으로 떠올랐듯, 의료에 지배 플랫폼이 등장하면 공공의료를 무너뜨리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형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발제문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를 통해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에 밀려 국민 건강보다 영리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의 원격의료 논의는 시작부터 환자 접근성 개선이 아니라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상시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 중단 없이 영리 플랫폼이 성장한 것은 정부의 의도적 묵인과 산업계의 로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특히 “비대면 진료와 원격의료는 본질적으로 같은 개념임에도 정부가 용어만 바꿔 마치 새로운 제도처럼 포장했다”며 “이는 산업계의 이미지 세탁이자 정책 눈속임”이라고 말했다.
“공보험 체계와 영리 플랫폼은 공존 불가”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공익성과 비영리를 전제로 한 제도”라며 “상법상 영리회사가 원격의료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법은 환자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으며, 의료인은 한 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이런 원칙이 있는 상황에서 영리기업이 환자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중개업을 허용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영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앱과 병원 예약 기능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민영보험과 결합된 영리 생태계가 의료를 완전히 시장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급여 진료 조장·개인정보 유출·의료비 상승 우려”
정 위원장은 영리 플랫폼이 가져올 부작용으로 △비급여 중심 진료 조장 △의료비 상승 △개인건강정보 상업화 △지역 의료 붕괴를 꼽았다.
그는 “현재 대한약사회가 운영하는 공적 처방전달시스템(PPDS)에서도 비급여 처방이 60%를 넘는다”며 “플랫폼을 통해 탈모약, 미용시술 등 수익성 높은 진료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플랫폼 기업은 환자의 진료 이력과 약품 검색 정보 등을 축적해 다른 상업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며 “보험사와 연계될 경우 보험료 차별이나 가입 제한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 취약지 주민 500명을 조사한 결과, 60%는 앱을 사용한 적이 없고 80%는 ‘지역 의료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정부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재 논의 중인 원격의료 법제화는 산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에 따른 결과로, 국민건강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리 플랫폼이 아닌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정보 보호 표준·브로드밴드망 등 공적 인프라 투자를 선행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영리화를 전제로 한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