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 건보공단, 담배소송 2심도 패소...같은 담배 피워도 달라지는 흡연 피해 책임
  • 미국·캐나다는 담배회사 책임 인정… 한국은 여전히 ‘개인 선택’
  • MSA·공공보험 소송으로 구조적 책임 명확히 한 해외 사례
  • “1960~70년대 흡연 위험 인식했다”는 법원 판단에 건보공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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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공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책임 인식이 한국과 해외 주요 국가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15일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6-1재판부가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제로 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의 책임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데 여전히 한계를 드러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은 폐암·후두암 등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증 질환의 치료비가 장기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온 구조에 대해, 그 책임을 담배 제조사라는 원인 제공자에게 묻고자 제기된 공익소송이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 담배회사의 정보 제공 책임을 핵심 쟁점으로 소송을 이어왔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대상자들이 1960~70년대 흡연을 시작할 당시 이미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러한 판단이 당시의 의학적·사회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흡연이 니코틴 중독에 따른 행위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미국 공중보건국(Surgeon General) 보고서조차 1988년에야 발표됐고, 이후에야 본격적인 금연 정책과 광고 규제, 공중보건 캠페인이 확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이 수십 년 전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항소심 판결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했던 1심에 비해 일정 부분 진일보한 판단을 담았다. 법원은 장기간 고도 흡연자이며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에 걸렸다는 점이 인과관계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명시했다. 공단은 이를 향후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이 해외 주요 국가들의 흐름과는 현저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1998년 주정부와 담배회사 간의 대규모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를 통해 필립모리스, BAT 등 담배회사들이 흡연 피해에 대한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는 구조가 제도화됐다. 캐나다 역시 공공보험 재정을 근거로 한 담배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랐고, 전국적 합의로 이어졌다.


건보공단은 “같은 ‘말보로’, ‘던힐’을 피운 미국·캐나다 국민들에게는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는데, 한국 국민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150만 명의 지지 서명으로 확인된 담배회사 책임 인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우리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 건강권 보호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사법적 판단을 넘어 정책적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몰디브는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에게 흡연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흡연 원천 차단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차세대 흡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담배 규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흡연 피해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해외에서는 사법적 판단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작동하며 흡연 피해를 줄이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흡연 피해 책임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를 적극 검토하는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이자 건강보험 보험자로서 흡연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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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2심...“해외는 배상, 한국은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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