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 “잠을 못 잔다”는 말 뒤에 숨은 서로 다른 수면의 얼굴들
  • 잠들기 어려움·수면 유지 문제·조기 각성은 다르다
  • 완벽한 숙면보다 안정적인 리듬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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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잠자리에 누운 뒤 몇 시간씩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듭니다. 또 어떤 분은 잠들기는 하지만 새벽마다 자주 깨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새벽 2~3시에 눈이 떠진 뒤 아침까지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현대건강신문] 불면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잠을 못 잔다”고 말씀하시면, 저는 늘 이렇게 되묻습니다.


“어떻게 못 주무시나요?”


어떤 분은 잠자리에 누운 뒤 몇 시간씩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듭니다. 또 어떤 분은 잠들기는 하지만 새벽마다 자주 깨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새벽 2~3시에 눈이 떠진 뒤 아침까지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잠들기 어려운 문제인지, 잠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인지, 아니면 너무 이르게 잠에서 깨는 문제인지에 따라 접근 방법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 “나는 어떤 유형에 가까운가”를 돌아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전엔 정말 잘 잤는데요”라는 말의 의미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분들 대부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젊었을 땐 머리만 대면 바로 잤어요.”

“꿈도 안 꾸고 아침까지 푹 잤는데요.”

이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의 수면을 과거의 수면과 그대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면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수면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수면은 점차 얕아집니다. 이는 병이 아니라 생리적인 변화입니다.


특히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이 크게 감소합니다. 예전처럼 “몸이 알아서 잠을 잘 자게 해주는 상태”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현재의 수면은 의식적인 관리와 조정이 필요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 환자에게 불면증이 더 흔한 이유


암 환자에게 불면증이 흔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성인의 약 20%, 65세 이상에서는 세 명 중 한 명이 불면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암 환자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높아, 절반 이상이 수면 문제를 겪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암의 종류나 병기, 치료 단계와 무관하게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치료에 대한 불안, 재발에 대한 걱정, 통증이나 오심 같은 신체 증상, 활동량 감소, 우울감과 무력감이 겹치면서 수면 리듬은 쉽게 무너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예민해서”, “마음이 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충분히 설명 가능한 반응입니다.


“밤새 꿈만 꿔서 한숨도 못 잤어요”는 정말일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표현하지만, 실제로 잠을 전혀 못 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면은 한 번에 깊게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이 반복되는 파동 구조를 가집니다.


꿈은 주로 얕은 수면 단계에서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깊은 수면에서 깨어나면 오히려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즉, “꿈을 많이 기억한다”는 것은 잠을 하나도 못 잤다는 의미라기보다, 얕은 수면 단계에서 자주 깨어났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밤새 하나도 못 잤다”는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잠은 노력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수면은 ‘자고 싶은 힘(수면 압력)’과 ‘깨어 있으려는 힘(각성 신호)’이 적절히 맞물릴 때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이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빛, 체온, 호르몬, 그리고 활동량입니다.

젊을 때는 이 요소들이 비교적 자동으로 조화를 이루지만, 나이가 들거나 질병을 겪으면 이 균형이 쉽게 흐트러집니다. 불면증 치료의 핵심은 이 리듬을 다시 ‘정렬’해 주는 데 있습니다.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면 관리의 기본 원칙

불면증 치료는 고혈압이나 당뇨 관리와 비슷합니다. 생활습관 조정이 기본이고, 필요할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침대는 ‘자는 곳’으로만 사용하십시오.

잠이 오지 않은 채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습관은 불면을 고착시킵니다.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침대를 벗어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기상 시간은 매일 일정하게 유지하십시오.

전날 잠을 설쳤다고 늦잠으로 보충하려 하면 수면 리듬은 더 깨집니다.

△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십시오.

길어진 낮잠은 밤잠을 방해합니다.

△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은 멀리 두십시오.

빛과 정보 자극은 뇌를 각성시킵니다. 꼭 필요하다면 소리만 듣는 것이 좋습니다.

△ 술은 수면을 돕지 않습니다.

잠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오히려 크게 떨어집니다.


수면제, 무조건 피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수면제에 대해 걱정합니다. 중독, 내성, 평생 끊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상황에서, 처방된 용법을 지켜 사용하는 수면제는 치료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임의로 용량을 늘리거나 갑자기 중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면제는 필요할 때 ‘지팡이’처럼 사용하는 도구이지, 문제의 본질 그 자체는 아닙니다. 중단할 때도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서서히 조절해야 합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해외 직구 수면 제품은 성분과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한 뒤 사용해야 합니다. 의약품 성분이 혼입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을 못 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하루 이틀, 혹은 며칠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암이 재발하거나 면역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불면을 악화시킵니다. 목표는 ‘완벽한 숙면’이 아니라, 현재의 몸 상태에서 가능한 가장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잠은 다시 배울 수 있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버티지 마시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불면은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입니다.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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