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 컴퓨터과학자 대프니 콜러가 제시한 ‘AI로 인간 생물학을 이해하는 법’
  • “치료제 있는 질병, 전체 4분의 1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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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최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울 2026’ 심포지엄에서 대프니 콜러(위 사진) 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신약 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콜러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온라인으로 발표를 했다.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약을 실패시키는가” 기존 신약 개발 방식의 한계를 짚으며, 인간 생물학을 이해하는 출발점부터 다시 묻는 질문이 던져졌다.


서울시 주최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울 2026’ 심포지엄에서 대프니 콜러(Daphne Koller) 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신약 개발을 위한 시행착오가 많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콜러가 창업한 생명공학·신약개발 기업 인시트로(Insitro)가 제시하는 해법은 기존의 경험적 접근이 아닌, ‘AI가 수행하는 생물학 실험’이다. 실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기 전에, 컴퓨터 안에서 먼저 생물학적 개입을 시험해보는 방식이다.


인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 인간’


인시트로 플랫폼의 핵심은 ‘가상 인간(Virtual Human)’이라 불리는 AI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결과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인과적 생물학(causal biology)을 재현하려는 통합 AI 시스템이다.


이 모델의 기반은 방대한 인간 데이터다. 인시트로는 환자에게서 수집한 △유전 정보 △임상 결과 △의료 영상 데이터와 함께, 실험실에서 직접 생성한 세포 데이터를 결합한다. 자동화된 ‘세포 공장(cell factory)’에서는 수십억 개의 인간 세포가 생성·조작된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를 조절한 뒤, 그 변화가 세포의 형태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해상도 이미지와 오믹스 데이터로 기록한다. 오믹스 데이터는 유전자 하나, 단백질 하나가 아니라, 생체 분자 전체를 동시에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방대한 데이터는 인간 유전학을 연결 고리로 하나의 체계로 통합된다. 환자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유전 변이를 ‘자연 실험’으로 활용하고, 세포 실험에서는 직접 개입을 통해 “이 유전자를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검증한다.


“MRI만으로 병을 본다”… AI가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정보


AI는 인간이 직접 측정하지 않은 정보까지 추론해낸다. 콜러는 발표에서 “기계학습은 관측되지 않은 생물학적 층위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뇌 MRI 영상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지표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여부를 추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여부를 알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PET 검사가 필요했지만, AI는 MRI에 숨어 있는 미세한 신호를 읽어내, 축적 여부를 예상하는 것이다.


지방간 질환 연구에서도 헬스장 등에서 촬영 가능한 간단한 골밀도 검사(DXA)를 활용해, 고가의 MRI 검사로만 얻던 간 지방과 섬유화 정보를 추정했다.


콜러는 “AI는 기존 데이터를 훨씬 더 많은 생물학적 정보로 확장시킨다”며 “이것이 대규모 유전 분석과 치료 표적 발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질병의 ‘진행 축’을 정의하다


인시트로 시스템은 이렇게 확장된 데이터를 표현 학습(representation learning)을 통해 분석한다. 수십억 개 세포의 이미지와 분자 데이터를 분해해, 어떤 생물학적 축이 질병의 발생과 진행과 함께 변화하는지를 찾아낸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연구에서는 운동신경세포가 건강한 상태에서 점차 병든 상태로 이동하는 ‘질병 진행 축’을 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축 위에서 어떤 유전자 개입이 세포를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지를 AI가 탐색한다.


콜러는 “이 과정은 인간 연구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AI에게 추론을 맡긴다”고 말했다.


이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 인시트로는 다중 AI 에이전트 시스템 ‘마에스트로(MAESTRO)’를 구축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AI 에이전트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토론과 반박을 거쳐 치료 표적의 우선순위를 도출한다.


연구진이 ‘ALS에 적합한 치료 표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AI 에이전트들은 수 시간에 걸쳐 근거와 한계를 검토한 뒤 최종 후보를 제시한다. 콜러는 “이 시스템은 인간 연구진이 수개월에 걸쳐 도출한 결과를 몇 시간 만에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속 실험에서 실제 치료제로


가상 인간 모델에서 도출된 치료 표적은 다시 실험실로 돌아간다. 인시트로는 소분자, 항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다양한 치료제 형태를 AI와 실험실 실험이 반복적으로 오가며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표적 결합력뿐 아니라 흡수·분포·대사·독성 등 실제 약물이 갖춰야 할 조건까지 동시에 최적화한다.


콜러는 “표적 발굴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AI 생물학 실험은 실패 확률을 낮춘 상태에서 신약 개발을 시작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전체 질병의 4분의 3은 여전히 치료법이 없다”며 “AI로 인간 생물학을 이해함으로써, 질병 하나하나에 의미 있는 개입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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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인간에게 약 써본다”...인시트로의 ‘AI 생물학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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