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전립선비대증·염증 있어도 수치 올라
- 세계보건기구서 국제암연구소 “전 연령층 권장할만한 강한 근거 없어”
- 비뇨의학회 “국내 고위험 전립선암 증가, 조기 진단에 PSA 검진 도입 절실”
- “PSA로 인한 과잉진단 막으면 검진 권고할 수 있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전립선특이항원 검사(PSA)는 전립선암 선별에 흔히 활용되는 혈액 검사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이암 등 고위험 전립선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고령층을 중심으로 PSA 검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PSA는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혈액 내 PSA 수치가 높을 경우 전립선암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PSA 수치 상승이 곧바로 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등 비암성 질환에서도 PSA 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이 검사만으로 전립선암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PSA 검사는 통상 조직검사나 영상검사 등 추가 검사를 병행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보조적 도구로 활용된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PSA 검사를 국가 차원의 암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감도와 특이도의 한계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고려 요소로 남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는 현재까지 축적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PSA 검사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 선별검진으로 권장할 만큼의 강력한 증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WHO는 PSA 검사가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유용한 도구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증상이 없는 일반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국가 단위 선별검진 프로그램으로 도입했을 때 사망률 감소 효과를 명확히 입증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입장은 WHO의 필수진단검사목록(EDL, Essential Diagnostics List) 검토 과정과 국제 전문가 위원회 권고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PSA 검사가 일부 국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과다진단(overdiagnosis)과 과치료(overtreatment) 우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대한비뇨의학회는 지난 2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고, 전립선암이 올해 초 대한민국 남성암 발생률 1위로 올라선 만큼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고영휘 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한국 전립선암의 특수성을 근거로 국가검진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에 따르면, 국내 51개 종합병원에서 2010~2020년 사이 진단된 전립선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신규 환자의 50% 이상이 악성도가 높은 ‘고위험도 전립선암’ 상태에서 발견됐다.
그는 “서구에서는 전립선암이 비교적 진행이 느린 암으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는 조기 검진 체계가 부족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성일 대한비뇨의학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조기 진단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지적했다. 서 회장은 “전립선암이 뼈 전이 등 말기로 진행되면 고가의 항암제 치료, 로봇 수술, 장기 요양 등에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혈액 검사인 PSA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이야말로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PSA 검사가 국가암검진에 도입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검진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성우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PSA 검진으로 저위험 전립선암 진단이 늘어날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과잉치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 대안으로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 전략을 제시했다. 능동적 감시는 저위험 전립선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즉각적인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암의 진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는 “과거에는 ‘진단되면 치료한다’는 인식 때문에 저위험 암도 모두 근치적 치료로 이어져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컸지만, 현재는 능동적 감시를 통해 과잉치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PSA 검사에 다중매개변수 자기공명영상(MRI)을 병행할 경우 과잉진단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MRI는 진행성 암 진단에 유리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검진 연령 기준 설정, MRI를 활용한 정밀 진단, 저위험 암에 대한 능동적 감시를 표준화한다면 과잉진단은 통제하면서도 고위험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진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