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의료분쟁조정법과 최근 개정된 일명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도입의 도화선이 됐던 의료사고 소송에서 민사법원은 원고 패소판결이, 형사소송에서는 의사 1명에 100만원 벌금형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23일 9살이던 전예강 어린이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지 7시간 만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딸의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대학병원과 긴 법정공방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가족들의 요구로 국회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예강이법, 신해철법)을 개정했으며, 최근에는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존·열람·사본 교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일명,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개정도 했다.
그러나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 소송은 2017년 10월 25일 1심 민사법원은 전예강 어린이 가족들에게 패소판결 했고, 2018년 1월 12일 1심 형사법원은 의사 1명에 100만원 벌금형, 간호사 1명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원고인 가족들은 물론, 환자단체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환자단체연합은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과 관련한 모든 의무기록과 CCTV영상을 공개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이번 판결이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1심 법원의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이 대학병원의 협진시스템과 진료기록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전예강 어린이의 엄마인 최윤주씨는 1심 민사소송 결과가 어이 없지만, 계속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또 다시 재판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씨는 “이런 일은 무조건 생기지 말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때는 힘들게 싸우지 말고 조금은 덜 아프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법안 개정에 앞장 설 수밖에 없었다”며 “법에 의지하고 판사님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심 판결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1심 판결은 환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그 동안 환자안전법 등 마련을 위해 힘써온 환자단체들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이번 판결의 쟁점이 예강이에게 처방된 응급의료의 적절성과 진료기록 중요성이었다”며 “응급실 방문의 가장 큰 이유는 응급 상황의 해소다. 응급실 방문 후 4시간이 지나서 수혈을 받은 것은 적절한 처치가 아니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진료기록부 허위기재의 경우도 이번 판결에서는 영리목적이 아니라 응급조치 기록을 변경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에서는 물론, 의료분쟁을 대하는 의료인의 태도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