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 57%, 서울·경기 등 수도권서 발생
- 의료폐기물 소각장 14곳 중 서울 없고, 경기 3곳, 나머지 지역에 분포
- 도종환 의원 “의료폐기물 농촌에 떠넘겨, 그 피해 고스란히 주민들 받아”
- 이은주 의원 “매립장 ‘돈 되는 사업’으로, 기업들 주민 건강 나 몰라라”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타 지역에 매립하고 있어, 이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57.1%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의료폐기물 배출하는 서울에는 소각장이 한 곳도 없다.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장 14곳 가운데 3곳만 경기도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는 지역에 분산돼 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 토론회에서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농촌지역에 떠넘기고 있으며, 그 피해는 농촌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매립장이 설치된 후 주민들은 침술수 유출 사고 등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종환 의원은 “민간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폐기물 매립지 선정과 폐기물처리 전 과정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인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정의당)도 “폐기물 매립장이 소위 ‘돈이 되는’ 사업으로 여겨지다 보니, 기업들이 농촌지역 곳곳에서 매립장과 소각장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며 “폐기물 매립에 따른 침술수 등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 피해 문제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갈등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중금속의 대기 배출, 대기 악취 △감염성 병원폐기물의 외부 노출 △각종 미세먼지 배출하는 유해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경북 고령군과 전북 완주군 주민이 참석해,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설에 대한 우려 의견을 밝혔다.
정석원 경북 고령군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2019년 감염 위험성이 있는 의료폐기물이 민가와 근접한 전국 곳곳에 불법 방치돼, 지역민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일명 ‘의료폐기물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후에 국무회의에서 엄정 조치를 지시했지만 해당 업체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소각시설의 용량 증설을 신청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홍완선 전북 완주군 의료폐기물 소각장 비상대책위원장은 “완주군에 있는 의료폐기물처리장으로 의료폐기물과 소각 잔재물을 운반하기 위한 차량 출입이 빈번해 소음, 비산먼지 피해는 물론이고 폐기물 운송·보관 시 병원균 확산으로 인한 감염우려와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에 의한 질병의 노출 위험성 등 주변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개별 소각장의 의료폐기물 소각 시스템은 후진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시설 내에 멸균과 분쇄시설을 갖추고 의료폐기물의 상당 부분을 일반 생활쓰레기로 처리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인천 길병원, 시화병원 등에서도 이 시설을 도입해 처리하고 있고, 다른 종합병원들도 자체 처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폐기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홍완선 비대위원장은 “현재 전국의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은 과잉상태로 추정 된다”며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을 수집, 운반, 매각하는 후진국형 시스템에서 탈피해, 발생 병원에서 직접 처리하는 멸균분쇄시설이 확대되도록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폐기물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산업폐기물에도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제안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는 “자기 권역 내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은 그 권역 내에서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권역은 시·도를 기본으로 하고 시·도간 협의를 통해 묶을 수 있도록 해, 폐기물의 권역간 이동은 원칙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